나는 성질급한 달팽이일지도 모른다
-유전자키 41번 묵상
by 창조성 강사 라라 Apr 13. 2021
" 41번째 그림자의 왜곡은 만성피로에서 과다활동까지 모든 유형의 체중 문제와 에너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 41번 그림자
"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단계를 밟아야 한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라. 필요할 때 휴식하라.
너무 많이 하거나 너무 적게 하지 말라.
당신이 상상하는 대로 정확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지 말라. "
- 41번 지혜지기
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밀어붙인다. 내가 언제 피곤한지 모른다. 아니 피곤을 느껴도 멈출 수 없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초라한 현실에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결국 에너지 탈진으로 무기력의 늪에 빠진다. 아무리 전진하고 싶어도 몸이 널부러지니 움직일 수 없어 우울해진다. 그 순간 어김없이 찾아오는 분노. 나 자신에 대한 분노. 또 제자리잖아! 왜 누워 있냐고! 왜 무기력 하냐고! 어떻게 뭘 해보려고만 하면 무기력해 지냐고!! 도대체 언제! 도대체 언제 원하는 걸 해낼껀데! 지금까지 제대로 한게 뭐가 있어! 이 한심한 인간아!!!
... 끈질기게 내 안에서 올라오는 '한심하다'는 말은. 성장과정에서 엄마에게 많이 들어서 무의식에 학습된 것만은 아니었구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41번 그림자 판타지의 압박, 그리고 한번에 하나씩 스텝을 밟지 못하고 성급하게 서두르는 30번 그림자 욕망의 날뜀. 이 모든 상황을 뜻대로 통제하고 싶은 21번 그림자 통제.... 유전자키를 파고들수록 기가 막히다. 나는 정말 생겨먹은 대로. 내가 갖고 태어난 유전자키의 주제대로. 정확히 내 키의 그림자 안에서 허우적대며 살아왔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라. 필요할 때 휴식하라. 너무 많이 하거나 너무 적게 하지 말라."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자기 페이스를 알아야 한다. 필요할 때 휴식하려면 지금이 휴식이 필요하구나...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페이스를 잘 모른다. 이 정도 일하면 충분한건지, 너무 천천히 일하고 있는건 아닌지 매일 매 순간 고민한다. 휴식이 필요한지 모르고 밀어붙이다가 다른 사람이 지친걸 보는 순간 그제야 나도 이미 지쳤는데 애써 버텼다는걸 깨닫는다. 40년 이상을 이 몸으로 살고도, 십수년간 나를 관찰하고도, 나는 여전히 내가 언제 쉬어야 하는지 몰라서 매일 매 순간 혼란과 죄책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그런데 과연 나만 그럴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
오늘 하루도 '충분한지'에 대한 혼란과, 휴식에 대한 죄책감 사이를 방황하겠지만.
어차피 '내 페이스'에 정답은 없다.
어쩌면 나는 성질 급한 달팽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나무늘보일지도 모른다.
달팽이가 나무늘보가 잘못된 건 아니잖아.
어쩌면 평생 나는 내 페이스를 못찾고 이 혼란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이 혼란 속에서도 균형있게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디 한번 혼란을 살아보자.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있는게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