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
나는 일이 많아지고 스케줄이 늘어나는게 제일 무섭다.
손바닥만한 체력을 오버해서 일하고 나면, 민감한 감각이 과도하게 각성돼 불면이 찾아온다.
잠까지 못자면 체력은 순식간에 바닥이 아닌 마이너스가 되고, 숨도 잘 안쉬어지는 몸으로 취소할 수 없는 일을 허덕이며 끝내고 나면 최소 며칠에서 몇주는 쓰러져 있어야 한다.
그런 상태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정상 체력으로 돌아오는데 반년 넘게 걸릴 때도 있다.
체력만 바닥나는게 아니다.
전반적 에너지가 바닥이 났기 때문에, 에너지 소진성 우울 상태가 된다. 생각은 미쳐 날뛰고, 부정적인 생각을 컨트롤할 수가 없다. 모닝페이지를 쓸 수도 없고,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위와 간이 모두 지쳐서 소화도 잘 못시키니 몸의 회복은 더 더뎌진다.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는거 너무 고달프다... 계획한 일정이 또 엉망이 되는구나...그걸 또 언제 하나....' 하는 생각이 숨 쉴 때마다 밀려와도. 모든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동요하지 않고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꿋꿋이 버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무서운 일이 또 시작됐다.
이미 오후에 바닥난 체력을 쥐어 짜서 저녁워크숍을 진행하고 나니, 또 숨이 안쉬어지기 시작했다.
긴장을 털기 위해 피곤한 몸을 끌고 나가 밤산책까지 하고, 불면에 대비하는 수많은 허브 중에 가장 센 놈을 먹고 잠이 들었으나, 또 새벽에 깨고 말았다.
허브의 도움을 받아 다시 잠이 들었지만, 박쥐떼와 나방이 방에 가득차는 악몽에 시달리다 깼다.
눈을 뜨자마자 다음주, 다다음주까지 취소할 수 없는 스케줄이 떠오르며 숨이 막혔다.
'할 수 있을까. 또 어느 스케줄을 펑크내야 할까.'
앞으로의 일정이 악몽만큼 공포스러운 순간.
지혜코치님의 메시지를 보았다.
한가로운 주말 아침입니다.
마음이 바쁘고 할 일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심호흡 크게 한 번 하세요.
바쁘다 하면 바빠지고, 여유있다 하면 여유있어 집니다.
하. 나에게 주말은 이미 한가로운 주말이 아니었다. 다음주 일정에 차질이 없게 주중에 못한 일을 마저 끝내야 하고, 동시에 떨어진 체력도 주말 안에 회복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다음주, 다다음주, 그 다음주 일정이 모두 밀리게 된다... 그러면..... 하아악....
이런 생각에 시달리다 잤으니 박쥐에 나방이 떼로 나오지....
메시지를 읽으면서 심호흡을 크게 한번 했다.
'나는 바쁘고 여유가 전혀 없다'는 생각 대신. '나는 충분히 주말동안 여유있게 보낼 수 있다. 시간은 언제가 24시간이 있다. 나는. 시간이. 있다.'는 말을 되뇌었다.
반복된 경험으로 학습된 신념은, 시간의 압박을 느낄 때마다 '죽을 수도 있어!'라는 무의식적인 공포에 사로잡히게 한다. 체력이 약하고 민감한 나에게 '시간에 대한 압박'은 그 어떤 것보다 무섭고 힘든 주제가 확실하다.
어차피 지금 체력으로는 일정조정을 해서 몇가지는 포기하고 미뤄야 한다. 어차피 몇 가지는 할 수 있고, 안되는 일은 못한다. 상황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끔찍하지 않고, 나는 지금까지 그랬듯 또 이 상황을 잘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시간은. 여전히. 있다.
아파서 누워서 하루종일 있든, 약간의 일정을 소화하든. 중요한 건 나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시간이 많기까지 하네. 10분 쓰려고 시작했는데 40분이나 쓰고 있다.
내가 뭔 말을 떠든건지 수치스럽고 자가검열을 막 하고 싶어지지만.
고칠 생각 말고 여기서 멈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