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조성 강사 라라 Jul 02. 2021

나의 로망을 이루었다


 밥준비 할 때가 되면 텃밭에서 잘 자란 채소를 바로 수확해서 차리는 밥상.

 나의 로망이었다.

 채소를 기르는 기쁨, 바로 수확해서 먹는 신선함과 안전함, 장보는 시간도 안쓰고 돈도 안쓰는 소소한 경제적 이득까지...


 하지만 안되는 이유가 너무 많았다.

 고양이들이 집에 있는 풀이란 풀은 다 뜯어먹고 자꾸 토해서 안되고.

 그동안 식물을 잘 못키워서 죽인 적이 많으니까 안되고.

 집이 좁아서 딱히 키울 장소가 없어서 안되고.

 바빠서 잘 관리하지 못할까봐 안되고....


 10년도 넘게 남들이 농사짓는 걸 부러워 하면서도 나에게는 여전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일단 너무도 광활한 옥상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사온 후 무려 1년 반 동안 옥상만 나가면 '식물 키우기엔 딱인데.... '라는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결국 올해 4월 5일 새로운 식물을 입양했다.

 의외로 고양이들이 먹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모든 풀을 먹을 꺼라는 건 나의 오해일 뿐이었다.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해 죽일 꺼라는 것도 내 생각일 뿐이었다.

 흙, 비료, 식물의 특징, 성장환경, 해충, 분갈이, 가지치지... 닥치는대로 공부하니, 죽어가던 식물도 살릴 수 있었다.


 바빠서 잘 관리하지 못할거란 걱정도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세 달 간 식물가꾸기가 거의 본업인 것 처럼 하루종일 식물들에게만 집중했다.


 하루하루 커가는 걸 지켜보고, 아프면 나을 방법을 찾고, 각 식물마다 키우는 법을 알아가는 모든 과정은,

'가장 좋아하는 일'이 계속 본업이 되어버려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던 나에게 무한한 기쁨을 주었다.


 나의 예상을 빗나간 건 단 하나. 채소를 키워먹으면 경제적으로 이득일 줄 알았던 것.

 씨앗 사고 종류별 흙 사고 화분 사고 영양제 해충 방지제 사고.....

 '취미생활에 투자한다'생각하고 썼는데, 지난 두달간 솔찬히 지출이 많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저렴한 취미생활이라며 남편이 응원해 주었다.)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는 사먹는게 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가꾸는 시간동안 행복하고 수확해서 먹는동안 기쁜 거니까.



 아뭏튼 나는 나의 로망을 이뤘다.

 점심 때가 되어 옥상에 가서 며칠 새 자라난 상추를 툭툭 뜯어다가

 신선하고 부드럽고 향기로운 상추에 바글바글 끓인 강된장을 얹어 뚝딱 밥을 먹는 것.


 식사를 마치고도 내가 원하는 것을 누리고 산다는 기쁨이 계속 잔잔하게 퍼져나가서.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일하다 말고 글을 써버렸다.




첫 수확한 상추와 함께한 지난주 저녁.







작가의 이전글 원하는 삶으로 변화하는 지름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