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속이 텅 빈 바닷가
나는 오늘까지 저만치 비껴 서서
신경을 청각에 곤두세운다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화가 나
갈 곳 없는 감정들이
자기가 잘났다며 목청을 돋우다
피로에 젖은 백색소음으로 분절되어
어두운 수평선으로 차게 고꾸라진다
그래
원망의 파도를 베고 누운 자에게
너는 심심한 자장가라도 들려주려므나
눈물과 파도를 분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때
그제야 나는 조심스레
바지춤에 묻은 소금을 털고 일어나
새 노랠 쓸 준비를 한다
2.
이 곳이 바다라면
그대는 사금(砂金)일 거다
내 맘 속 흩뿌려져
찬찬히 맥동하거니와
해사하게 웃는 얼굴은
소싯적 주머니 속 유리구슬 되어
땍때굴 땍때굴 소릴 내니 말이다
때론 모래 알갱이 뒤로 숨어
조금 많이 찾아내기 어렵지만
슬픔에 젖어있을 때야말로
간혹 들리는 땍때굴 땍때굴
그 소리에 내 마음
은은하게 빛이 나는 걸 보면
어렸을 적 불 켜진
가로등 아래 서서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가수가 낸 신곡을
막 처음 듣던 그 설렘만큼
눈을 가늘게 뜨면
산란하며 사금처럼 잘게 쪼개지는
가로등 불빛에 담아 둔 추억만큼
그댄 그때 함께한 적 없지만
함께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대가 모르는 곳에서
나는 지금 노래하고 있네'
그때 그 노래는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나는 이 바닷가에 서서
마음으로 그린 기타를 품에 안고
'그대가 모르는 곳에서
우리 함께 노래하고 싶네'라며
나직이 새 노래를 써내려 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