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오래 전의 나에게
나이가 들면
글이 좀 더 쉽게 써질 거라 생각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좀 더 나였을 때
질리도록 많이 써둘 걸
레리, 뭐라도 되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하던 때가 기억나니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긴 척
생각 없이 대충 열심히 살았더니
그 결과 이러고 살아
꿈을 찾으라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말하지만
정작 나는 기댈 곳이 없어, 허무해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며
변하지 않을 거라 했지만
하찮은 영어 몇 마디론
세상을 바꾸지 못했고
결국 바뀐 건 나인 것 같아,
미안해
이렇게 볼품없게 살려던 건 아니었는데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어
레리, 가난하다는 것은 솔직히
불편한 것만이 전부는 아녔잖아
지금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이들과 꼭 같을까,
아이들은 그걸 감사하다는 걸 알까
가끔 멍해지다 보면
여전히 내가 누릴 권리는 없는 것 같아
불쾌한 천민의 마음이 들어
그러니까 레리, 그냥 살아
그때의 나라면 어떻게 해도
지금의 내가 되었을 거야
미안하단 말도
감사하단 말도 전부 고마워
그러니까 레리, 그냥 죽지만 말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