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같은 책만 읽는데요?' 라는 질문에 답변
5살 아이를 키우면 부모도 공룡박사가 된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때론 아이에게 취향이란것이 생기면서 아이의 관심도가 더 집중되는 것들을 즐겁게 지켜보게 됩니다.
아이의 취향은 책의 선호로도 이어집니다. 저희 아들은 공룡보단 자동차파 인데 [로보카폴리], [꼬마버스 타요], [카] 같은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당연히 관련 책으로도 흥미가 이어졌습니다.
25년 상반기에 가장 좋아했던 자동차 씨리즈는 디즈니의 [카]였습니다. 하여 관련된 책을 몇권 구매해주어 읽어주었더니, 아이는 저에게 특정책을 반복해서 읽어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책은 텍스트가 많은 초등학생정도가 읽으면 좋아할 수준의 책이었습니다. 저는 아이 수준에 맞게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이부분은 다음장에서 더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경주하는 것의 결과를 좋아하던 아이는 점차 관심이 옮겨졌는데 나중엔 동료차인 노란색 자동차로, 한달후 쯤엔 조역인 스쿨버스가 힘이 쌔다는 것으로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었지만 읽어줄때마다 다른 관심사로 이야기의 중심들이 옮겨졌던 것입니다.
"인간은 같은 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한 말입니다. 같아 보이는 것도 사실 같을수 없다는 의미 정도의 말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다시 읽는다고 똑같은 의미가 단순하게 반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앞장에서 언급했던 어린왕자가 아니여도 모든 책과 텍스트는 읽을때의 상황마다 감상이 달라집니다.
반복독서를 하며 발견된 더욱 중요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반복해서 같은 책을 읽어주었더니 아이는 책의 내용을 자기 방식대로 외우고 문자가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혼자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분명 텍스트를 읽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분명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혼자 책장을 넘기며
"멕퀸이 흙이 묻었어"
"스톰이 더 빨라"
하며 책의 진행에 따른 내용을 화차마다 다르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책은 텍스트로 되어있으나 텍스트가 아닌 기억을 다시 곱씹는 방식으로 아이가 책을 체험하는 순간을 목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로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지도 못하는 책을 혼자서 보고 또 보았습니다. 제가 읽어주었던 내용을 혼자 이이야기면서 말이죠.
제가 아이를 키우며 지속적으로 상기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어른의 방식으로만 아이를 이해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책을 접하고 내용을 소화하는 방식도 어른의 정석적인 방식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어를 깨우치지 못한 아이만의 독서 방식이 적용되고 있을때 부모나 같이가는 가족이 그 순간을(오직 그 순간만 가능한 기적같은) 도와주고 더 많이 체험시켜 줄 수 있게됩니다. 이 과정은 분명 언어를 담는 그릇을 미리 준비해 주는 일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비언어적으로 책책을 대하는 순간은 언어를 깨우치는 순간 다시 반복될수 없없것입니다. 그 순간의 체험은 분명 언어의 흥미로 이어지게 될 단초가 되어줄것 입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순간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해서 읽을때 마다 내용을 누적하며 다르게 기억하게됩니다.
아이에게 반복독서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매번 책을 다르게 기억하는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