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다름 Nov 13. 2020

3. 우울증, 나의 그것에 대하여(1)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는 어느덧 7개월이 되었다. 우울증은 어느 순간 확 몰아치기도 하지만 나는 자라오며 우울증을 조금씩 키워왔고, 진작 갔어야 하는 병원에 간 지 7개월째라는 말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나의 우울증을 키우는데 큰 몫을 했는데, 공무원이 되고 바로 우울증이 시작된 건 아니었다. 처음 동에서 일하는 동안은 직장생활이 이런 거구나 배우고, 그러다가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꿈꿔오던 독립생활도 해보느라 정신없었다. 돈 벌면 해보고 싶던 것, 독립을 이루었었으니까.     


  그런데 가장 시작은 그거였던 것 같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때는 공무원이 돼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면. 공무원이 되고 나서 독립도 해보고 나니 도저히 목표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현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고, 그곳의 이야기는 다음번에 하도록 하겠다. 오늘은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이니까. 현 부서로 옮기면서 한 달 동안 하루를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했고, 하루를 눈물과 함께 마감했다. 본가에 사시는 부모님께 전화가 올 때는 힘든 걸 알리고 싶지도 않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아침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면서 ‘아, 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 딱 좋겠다. 한번 굴러볼까’, 횡단보도를 지날 때면 ‘지금 뛰어들면 딱이겠다.’ 하는 생각만 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내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이었다. 남들 다 부러워하고, 고생 끝에 가지게 된 나의 직업. 공무원이 되던 순간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의 모습, 부러워하던 친척들의 모습. 그리고 수없이 들었던 소리 “이것도 못 버티면 넌 아무것도 못해.”라는 소리가 머릿속에 가득했고, 나는 한 발짝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는 고립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내 머릿속은 순전히 나의 생각으로만 지어진 집이었고, 나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건 ‘죽음’뿐이라는 어리석은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완전히 완치된 상황은 아니고 약을 먹으며 함께 가고 있는 나의 우울증이지만, 그 당시만큼 힘들지는 않아서 그 상황의 심각함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생각을 깨뜨리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고, 지금은 그 과도기에 서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병원을 계속 다니면서도 우울증이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졌는데, 일에 충분히 적응을 하고 나서도, 약을 먹으면서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좌절스러운 점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지 이제 기억도 안 나고 생각할 힘도 없이 집과 회사만 반복되는 하루들. 이대로 삶을 살아간다는 게, 통장의 잔고가 늘어간다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더 큰 건 내가 싫어진다는 것. 이걸 이겨내지도, 상황을 버텨내지도 못하는 나약한 나 자신이 너무 싫어 미칠 것 같았다.     


  병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나도 우울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병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 저들이 나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른다고 은연중에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를 가장 해치고 있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2. 회사가 나에게 주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