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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23. 2021

소설"섬을 건너는날"

줄거리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는 타인에게 적용되 악순환을 일으키게 된다. 욕심내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삶을 과신하지는 않았던가. 깨달음과 반성의 시간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미정과 영재 각자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유형과 무형의 섬들을 하나씩 건너가는 날.  온전한 한사람의 생명으로 완성될 것이다.     



 미정은 요즘에는  흔하고  낡은 방식인 검찰 사칭, 금융감독원 사칭이라는 보이스피싱 그물에 걸려 사기를 당하게 되었다. 100만 원씩 꼬박 12~3년을 저축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단 3일 만에 날렸다. 가짜검사는 미정이 만들지도 않은 통장이 범죄에 사용되 많은 피해자가 생겼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미정은 아무에게도 말못하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위한 고군분투 2박3일을 보냈지만  결국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되었다.


사람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하러는  본성이있어    두번째 세벤째는 쉽게  그 행동을  하게 된다고한다   적은 금액의  현금을 한번 건넨 다음부터는 . 금액이 점점 커져도  이상하게  느껴지지않았던 것도  그 이유에서 였다  그쪽에서 계속 전화하는 과정에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바쁜 일상이 유독 그날은 정신없이 돌아가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었다.


 만화가인 그녀는 혼자작업하는 시간이 많았고  알리는 순간 남에게 피해입힌다는 말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미정은 일억 오천의 돈을 범죄자들 손에 쥐어주었다. 집까지 담보로 대출받을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이상하게 여긴 남편으로 인해 집을 날리는 것은 면했다. 그들은 미션 수행하듯이 이것만 하면 피의자 신분에서 피해자 신분으로 전환된다면서 다음 행동을 지시했다. 결백함과 도덕성에 흠집이 나지 않게 하려는 쓸모없는 완벽주의는 미정 자신을 그렇게 수렁에 밀어넣고 있었다. 몇 달전 아이디가 해킹되었다는 불안감,  침착한 나의 행동을 칭찬을 하며 바쁜 일정에 애쓴다는 공감까지 그들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데 아주 탁월했다. 세상은 변했고사람들이 이렇게 무서운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막막했다.  한사람 한사람의 서사를 소중히 하며  글로 그림으로  이야기를 기록했던 자신이 앞으로 이 사회에 과연 적응하면서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정은  견딜 수가 없었다.

       


오미정은 만화가이다.사람을 좋아하고 밝은 성격이라 외형적으로 보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내향인이다. 15년전 아토피가 심한 어린아이들을 자연에서 키운다고 하던 일을 접고 강원도 시골로 내려갔다. 그리고 시골생활의 아름다움과 좌충우돌 스파르타육아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다. 강원도 시골에서 10여년을 생활하던중 남편의 일로 시골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도시로 나와 살게 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밤잠을 줄여가며 꾸준하게 작업을 하고 있던 차에 사기를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게 허락된 세상에 대해 그리 큰 불만이 없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은 대가가 그리 크지 않아도 큰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풍족하지는 않지만 안락했던 일상이 송두리째 사라진   멈춰진 세상에 서있다. 그동안 애썼던  삶이 무슨 소용이 있나 허탈감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되지 않았다.  이 일을 막상 겪게 되면 자신의 행동이 용서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를 향한 분노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오래 가게 만든다. 갑자기 사라진 세상, 그 안을 채우던 일상은 무너지고 순간순간  잦아드는  무기력과 상실감이 거세게 마음 안에 자리 잡아  자기 살을 베곤 한다.    

       


 당황한 미정과 달리 남편 이영재는 침착해 보였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대했고 구석구석 집 안을 청소했다. 꽤 오랜 시간 목욕을 했고 밥을 차렸다. 그런 그에게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라고 하자 그는 처음으로 큰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자기반성을 하고 있었다.  말하지 못했던 것이 비단 가짜 검사의 협박 때문만이 아니라 말하지 못했었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둘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었다.

               


“당신은 언제나 나를 믿지 못했어”


쳐다보는 미정에게


“언제부터인지 알아?  결혼 전부터  그랬어 ”   

       


그 결혼 전부터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서운햇던  미정에게 20년만에 속내를 털어놓게 되었다. 애교 많은 여자와 살고 싶었는데 아내가 곰 같아서 영재는 애교가 많아졌다고 한다. 연애를 해본 경험이 없고 불우했던 가정사로 인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영재였다. 그런 그에게 5살 연상인 미정을 스킨스쿠버 동호회에서 만나 첫눈에 반했다. 그리고 오랜 구애끝에 결혼을 하였다. 사랑했던 두남녀는 성장배경과 먹거리 삶의 태도 취향이 극과 극이었다.  아침을 안 먹는 여자와 아침 6시에 밥을 먹는 남자.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남자와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여자.  순댓국을 좋아하는 남자와 고기가 빠진 국물을 싫어하는 여자. 아이언 맨을 좋아하는 남자와 아이언맨이 등장하면 잠이 드는 여자.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는 남자와 가을만 돼도 수면바지를 꺼내 입는 여자가 잘 살아가는  방법은 적당하게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미정은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만화로 작업한 적이 있었다     

일찍잠을 자는 영재와 달리 미정은 밤에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낮에는 육아와 알바를 하던 미정에게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유일한시간은 밤이었다. 만화로는 아직 뚜렷하게 소득이 많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미정이 영재는 못마땅했다. 이유는 몸을 혹사한다는 것이다. 그런 영재에게 미정은 어느 날부터 입을 닫았다. 자신을 이해못해주는 영재에게  딱히 뭐라 불만을  토로하기도  어류운부분이었다 이부분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각자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영재가 미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여자는 숨 쉴 구멍이 필요하다고 모르는 척 핑계를 댔었다.


 그때 부터였다. 남편직장으로 정든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속상했다.  육아로 인해 포기했던 십여년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미정은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었다. 처음에야 아이들 육아로 생각할 틈 없이 일을 그만두었지만 이번은 남편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영재는 가족이 같이 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강행했다. 이사간 곳에서 왕따와 학교폭력으로 큰아이는 가출을 하며 학교생활을 힘들어했었고 둘째 아이는 원형탈모까지 오는 학교폭력으로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그렇게 두사람은 멀어졌고  두 사람간의  웃음은 사라졌다.      

그것이 서로 다른 관계의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보이스피싱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부부간에 문제가 없었더라면, 남편에게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더라면 아내의 이상행동에 대해 좀 더 빨리 눈치를 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두사람은 아픈 아이들을 키우면서 의견차이가 많았다. 성장배경의 차이 역시 컸고 양쪽부모님의 성향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결혼 전부터 믿지 못했다는 남편의 말은 미정은 인정할 수 없었다.      

아펐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만화작업도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살 만하다 싶었다. 하지만  미정자신의 실수로 가족을 위험에 빠지게 했다는 사실을 견딜수 없었다  잃어버린 돈의 무게보다 사람에 대한 상실감이 더 컸다. 어떻게 사람들을 다시 만나 ’관계‘라는 것을 맺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태풍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시간이 멈췄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시간‘이었다. 순간순간 시간을 견뎌내야 했기에 낮에는 큰아들이 아르바이트로하던 양말노점을 따라나갔다. 누워서 잠이 바로 들 수 있게 몸을 혹사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어처구니없는 나의 행동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으니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위로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사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불쑥불쑥 들어오는 다양한 변수들은 나를 단련시키기도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사이즈는 <포기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삶을 포기한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고 나에겐 용기가 없었다. 미정자신에게  삶을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은 아직도 잃을 것이 많다는 반증이라며 스스로 위로하기시작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갔던 양말 노점은 좋은 선택이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마음이 편했고  단골도 생겼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기나긴 시간을 보냈다. 어르신들은 젊은데 열심히 산다고 이뻐해 주셨다. 그렇게 하루하루 잘 지내다가도 이렇게 오천 원을 벌기가 어려운데 내가 버린 돈의 액수가 문득문득 떠오르면 핑 눈물이 돌았다. 하루는 상점에서 배달하는 일을 하는 아저씨가 여러번 양말을 사러왔었다.사업하다 망해 골프가방 하나만 들고 한국으로 들어왔다면서 상점에서 배달하고 있는 지금이 마음은 가장 편하다고 했다. 그 말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고 미정은 생각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바람이 불던 어느 날, 양말이 날려 힘이 들었다. 쫒아다니면 양말을 주웠다. 먼지도 쌓여 양말이 망가지니 속상했다. 그리고 목구멍 깊은 쪽에서부터 욕이 나왔다.

”나를 죽이고 싶다. 나를 죽여버리면 좋겠어 “

그런데 그 말은 아주 시원했고 통과했다. 죽고싶은 것이 아니라 죽여버리고싶다니, 죽고 싶다는 것은 그것으로 종료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뜨거워진 컴퓨터의 종료 버튼을 누르는 행동 하나로 모든 상황을 종료시키게 된다. 그런데 죽이고 싶다고 하니 그다음에 어떤 말을 하고 싶어 졌다. 죽이는 것은 끝이지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 행동을 할 수 있는 나는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능동적이며 자신이 했던 행동을 대상화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건이후 울지도 못했던 미정은 비로소 울 수 있었다.보이스피싱 사기를 친 범죄자들에게 온갖 저주를 퍼붓다가 결국 분노의 대상이 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원망이 타자가 아닌 내가 되는 순간,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확연히 경험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나를 망가트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머리는 이해하나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는 그 순간, 울어도 소용없었다. 온전히 나의 발로 땅을 디뎌야 섬을 건널 수 있다.

이번 보이스피싱 사건 이후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사라졌고  동시에 나도 함께 멈춰있다.  멈춰진 일상이 가장 슬펐다면 믿어질까? 매일 걷는 아파트 단지 안 산책길이, 집 앞에서 이어진 작은 산으로 가는 시간이, 마시던 차가, 가볍게 여는  sns가 일상에서 사라졌다. 순간순간, 아이들에게 웃는 입가의  근육이 어색하기만 했다. 그리고 서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질은 계속 움직이기에 발산하듯 터져 나오던 것을  멈춘다는 것은 수렴하고 되돌아보기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운을 바꿔야 하고 이미 바뀌어가 가고 있었다.  여기저기 벚꽃은 만발하고 연초록색 잎들이 짙음을 밀어내고 있다. 자연은 여전히  순환하고 있고 몸도 마음도 따라 움직이고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기억을 타고 태풍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결혼전 미정은 유럽배낭 여행중 우연하게 학교 선배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미정은 운명이라 생각했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가난한 화가의 희생하는 아내처럼 많은 것을 그에게 해주려고 했었다. 그가 그림을

 그릴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려던 어느날, 그는  바람이 났다. 그렇게 깊은 상처를 안고 선배와의 연애는 끝이 났다. 체중이 10킬로 정도 빠졌다.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라고 원망도 없었다. 그럴 수 있다고 용서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떠났고 마지막으로 미정은 그에게 선물을 했다.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할 만도 하는데 묘하게 정리가 되었었다. 그 후로 몇 번 찾아왔던 그에게 냉정했던 미정은 사랑의 상처가 아물었다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영화 같은 상황에 영화 주인공이 돼서 운명을 가져다 끼워 맞췄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욕망에 마음을 맞춰가고 있었나 그 순간  좀 더 생각에 집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그때는 부족했었다,  다 잊고  무엇인가 하고 싶어 졌다.  그동안 살아왔던 흐름에서 다른 길을 내고 싶었다.   단출하고 정적인 나의 삶에  다른 길이라는 것은 사람을 만나고 움직이고 싶다는 것이다.    바다와 수영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해수어를 집에서 키우고 있던 나는 겁 없이 스킨스쿠버를 시작하였고 그곳에서 미정은 영재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일은 까맣게 잊혀진 일이었는데 갑자기 지워버린 기억이 파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억에서 사라지면 아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상처로 인해  파생된 생각과 태도의 변화는 감지하지 못했다. 미정은 그동안 남편에게 그리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말 수도 적었고 마음을 표현하는 데에도 인색했다. 미정은 사랑의 표현에 적극적인 영재를 믿었지만 믿지 못했다. 어쩌면  사람은 잘해주면 어느 순간 익숙해져서 상대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눈치 빠르게 다른 상대에게 적용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미정은 덜 사랑해야 덜 상처 받는다는  아주 미숙한 생각과 계산된 사랑을 남편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벌린 일들에 대한 남편의 태도를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  나라면 그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아마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돈을 잃게 된 후, 미처 자신도 알지 못했던 미숙한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다니 모두 쓸쓸하고  잔인한 현실이다. 그리고 가족이 자신의 삶의 전부였던 그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 그렇게 태풍의 중심은 고요했다. 새로운 사랑이 들어와야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맞지만 틀린말이다. 미정은 자신의 마음을 구성하는 요소를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됬다. 일억 오천은 사라졌지만 사라진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영재와 깊은 대화를 시작하면서 미정은 그동안 무심히 휘둘렀던  칼의 언어를 기억하고 있는 영재의 상처를 비추기 시작했고 어디선가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 것같았다  미간은 떨리기 시작했고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로 시야는 흐려지며  심장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드디어 긴 연주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뿌옇게 가려 불안하고 막막했던 안개가 걷히며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섬을 건너고 있었다.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물이 빠지자 섬과 섬은 연결되어 쉽게 건너갈 수 있었다.  "일억오천을 날리고 천오백억짜리 남편을 얻었네" 라고 농담을 할 만큼 마음이 가벼워졌다.   일년가까이 무거웠던 집안의 기류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잃어버린 돈보다 엄마아빠가 서로 화해하고 웃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이들이 이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었는 줄 몰랐다.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영재와 미정은 서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미정이 일을 하는동안 영재와 아이들은 집안 대청소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엄마가 빠진 나들이 보다는 바쁜 엄마를 위한 이벤트중이다. 그들은 장을 볼 것이고 맛있는 저녁을 준비할 것이다. 실시간으로 보내주는 사진들. 모두가 웃고 모두가 즐겁다. 남편은 오래되어 거뭇한 냄비들을 새 냄비로 만들었다고 하고  냉장고를 비워냈고  소파를 들어 묵은 먼지들을 청소기로 말끔히 빨아들였다고 했다.  남편은 하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카라반을 사서 일끝나면 가까운 서해바다에 가서 노을을 볼 것이고아침에 일어나 갖볶은 거피를 갈아 커피를 내릴것이라 했다. 힘들었던 만큼 그는 지금 분주하다.     

 미정과 영재는 결혼해서 처음으로 둘만의 남도여행을 다녀왔다. 세아이를 키우느라 둘만의 시간을 제대로 가져본 적이 없었던 두사람이었다. 남해의 바다는 다른 곳과 달리 아기자기한 섬들이 많아 바다중에서도 미정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다리로 연결되어진 섬을 건너 배를 타고 들어간 섬,  또 다른 섬으로 연결되어진 바다건너 아름다운 동백섬에 들어갔다. 섬위에서 가파르게 바다로 연결되어진 ’바람이 머무는 바위‘로 내려갔다.  평화로운 꽃무덤과 달리 바람이 거세 눈을 뜰 수조차 없었던 바위틈 사이에 섰다.  그곳에서는 미정과 영재를 둘러싼 바람이 거센만큼 서로가  서로를  강하게 감싸주어야 했다.   

많은 섬을 건너 서로에게 닿는 날은 온전한 하나의 독립된 생명으로 만들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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