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Aug 26. 2021

불안은 쪼개어지더라


지난 한 달 가까이 큰아이는 힘들다고 했었다.


고3이 된 아이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고 남편과 나는 흔쾌히 "yes"했었다. 이 말을 꺼내기까지 오랜 방황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이 불필요한 경험이 된다 해도 아이를 응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로서의 기우일뿐 스스로 결정한 일에 불필요한 것은 없을 것이라고 불안을 걷어냈다



원하는 학원에 등록을 하고 학원 주변을 함께 걸었다. 이 동네 작업실을 넘나들며 밤을 지새웠던 나의 젊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20대 나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때의  불안감은 기억나지 않았다. 밀려오는 하루하루를 지내기 바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음악은 아이에게 행복감을 준 것 같다. 아이는 정말 행복하다고 했었다. 아이의 일과의 끝은 그날 만든 음악을 나에게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며칠 건너뛰고 있었다. 자율학습처럼  매일 가던 학원도 가지 않았다.


"아 , 엄마 힘들어" 하면서 아이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올 것이 왔구나



"매일매일 어떻게 좋아질 수 있겠어, 잘하다가도 브레이크가 걸리는 데 그걸 슬럼프라고 하잖아. 요즘은 번아웃이라고 하나? 우리 때는 슬럼프라고 했었는데, 슬럼프가 자주 올수록 결과치가 좋았어.  학원 할 때 슬럼프 오는 아이들은 그림이 훅 늘더라고. 슬럼프 없이 가는 아이들이 더 불안했어, 미술하고 다를 수 있겠지만 창작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 불안하지만 그거 되게 좋은 거야 축하해 "



그리고 아이는 한 고비를 넘은 듯 어제 다시 행복하다고 한다.



행복



사람들은 언제 행복감을 느낄까?

우스개 소리로 "햄 볶으세요"라는 말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사랑합니다"처럼

일상의 무덤덤 한 단어로 느껴질 때가 있다.


 행복하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불행하지도 않다. 지금 행복하면 내일 행복하지 않은가?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나에겐  가끔 남편이나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은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럼 그동안은 행복하지 않았어?"라고 묻지는 않았다.


무엇이든 상생과 상극이 있어야 조화로운 것처럼 대치되는 감정이 있어 행복함으로 오늘의 평안함을 표현한 것이었으리라


그것은 단지 그냥 단어로 표현했을 뿐 감정은 같다  


그의 이름을 불러준 순간  꽃이 된 것처럼






가을장마라고 했다  오만 번 변하는 하늘이다.

천둥번개가 치더니 햇살이 눈부셔 능소화를 찍은 것인지 햇빛을 찍으려는 것인지 눈을 감고 찍었다.

   행복하다는 말을 아꼈던 나의 마음으로 들어가 보면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행복감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불안감이었고  물리적으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루하루를 쪼개면 행복한 날도 불안한 날도 그날이 그날인 것 같다. 매 순간 디테일하게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오늘 하루가 고마울 뿐.



불안은 일상을 쪼개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생리와 심리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일상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그것을 하나하나 쪼개어 들어가 세심하게 원인과 결과를 찾아가는 즐거움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이런  예민한 과정을 남이 해줄 수 있을까?

단식을 안내하다 보니 아픈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아픈 사람들을 보면 크게 두부류로 나누어진다.


적극적으로 알아가려고 하는 사람과 적극적으로 남에게 맡기는 사람이다.

물론 그사이 중간 어디쯤에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두 가지 성향을 보인다.



병은 생리적 원인 외에도 심리적 원인도 중요했다. 잘 알고 있던 사람들도 단식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향을 발견하기도 하고 생리적 특징만을 알고 시작했던 사람이  단식 과정에서 심리적 원인이 찾아지기도 했다. 그래서 단식을 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소통해야 했다. 타인과의 소통이 중요하듯   자신과의 대화가 어느 때 보다 필요한 것이 단식의 과정이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단식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픈 사람이 직접 자신의 몸을 바라봐야 한다. 몸에 대한 탐구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알아서 공간 점유

                                          

전 세계 흩어져 살고 있는 건강한 노인들의 식습관을 조사했더니 그들은 모두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양의

80%만 먹고 있다고 한다. 일면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장수노인의 지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물어보니 그들은 그렇게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먹어보니 그렇게 먹는 것이 속이 가장 편하고 몸이 편했던 것이었다.



건강하려면 배의 80% 정도만 먹어라

굶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적당히 덜먹는 것이다. 나 역시  단식보다 회복식, 회복식보다 조절식이 더 어렵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80프로 해당될까?

식사량이 줄어들어 살이 빠지면 잠들어 있던 렙틴이 활성화되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느끼게 된다. 이때 느끼지 못하면 과식을 하게 된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과하게 화를 내거나 과하게 먹거나 모두 과함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단식으로 몸에 대한 관찰을 일상화하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식사를 거르고 배고프면 좋아하는 음식을 맛있게 천천히 먹는다. 여기서 천천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 먹게 되면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화가 날 때도 호흡을 조절하면 동작이 느려지고 알아차릴 시간이 확보되니 불같이 화를 내버리기 전에 조절할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진다. 그렇게 생리와 심리는 함께 내 몸을 만든다. 내 몸이 한 끼를 원하면 한 끼를 두 끼를 원하면 두 끼를 먹으면 된다. 그렇게 내 배꼽시계 초침 소리에 귀 기울여주면 된다.



꼬르륵 소리가 나면 일명 장수 유전자로 불리는 시루 트인 유전자가 나타나 인간의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의

 손상 입은 부위를 회복시켜 준다. 붉은 털 원숭이를 실험한 결과 충분히 식사를 한 무리는 털이 빠지고 노화가 진행되었으며 암이나 심장병으로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것은 다양한 동물 실험을 통해 식사량을 40% 줄이면 수명이 1.5 배로 늘어났다고 하니 공복감은 건강을 유지함과 동시에 젊어지는 호르몬을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포만감을 느끼면 지방 연소하면서 아디포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나와 혈관의 내피 세포를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공복감을 느끼면 지방에서 아디포 넥슨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아디포 사이토카인이 손상시킨 상처 구멍을 치료한다.



공복을 느낄수록 우리 몸속에서는 활발한 생명력이 발현이 되는 것이다


꼬르륵 소리가 날 때 우리 몸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 장소는 소장이다.

이때 위쪽에 있는 공기가 움직이면서 꼬르륵 소리를 내는 데 이것을 공복감이라고 한다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위 점막에서 그렐린이라는 단백질이 분비된다. 그렐린은 뇌 시상하부의 작용해서 식욕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뇌하수체에 작용의 성장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성장호르몬은 사춘기에만 분비되는 것이 아니다. 갱년기까지 분비되는 것이 성장호르몬이다.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돼야 늙지 않는다. 성장호르몬이 멈추는 순간 우리 몸은 급속히 노화의 과정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있구나. 나는 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산에 가자고 해서 우비를 입고 따라나섰다.  "이 무슨 황당한 극기훈련이야" 라면서 군소리를 했지만 알고 있었다. 오늘 나선 길이 험해도 좋을 것이라는 것을.

한 번 가봤던 길에 대한 경험치이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결과를 예상하는 것처럼 용기를 냈던 처음이 다음을 안내하고 또 그다음을 안내할 것이라는 것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 일상을 세심하게 점검할 수 있는 이 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발을 옮기기만 하면 한다.


꼬르륵 소리를 들으며 힘차게 올라간다.

내가 움직이는 지금의 에너지는 전날 먹었던 , 아니 더 오래전 먹었던 지방을 가져다 쓰고 있는 것이다.

태울 것이 많으면 지금 더 많은 에너지를 내고 있을 것이다. 마음의 번뇌 역시 그러리라.




한 고개를 넘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부족한 것 같아도 꼭 완성을 해. 마무리하지 않은 것은 한 것이 아니야.  시간이 지나 오늘 만든 것을 보면 많이 부족해 보일 거야, 그래도 마무리를 했기에 시간이 지나 오늘을 볼 수 있을 거야"

지친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변한 것은 없어도 내가 내뱉는 말을 귀로 들으며 다시 파동을 일으킨다.

 

알아야 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면 앎이 필요하다. 마음을 해체하고 기억을 쪼개어간다. 그리고 원인을 찾아들어가 관찰하고 분석한다. 그렇게 오늘도 몸과 마음에 대한 탐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전 16화 내 안에 너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