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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기 힘든 "인간이라는 존재"

by 오성진

"머리에서 가슴까지 오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얼마 전 어떤 작가님과 나눈 이야기 가운데 한마디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변하기 힘든 가 하는 것을 한마디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고 있지만, 오래전에는 담배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해에 들어올 때면 “올해는 꼭 금연이다!”라고 단단히 마음을 다지고, 책상 위에도, 방문에도 “절대 금연!”이라는 종이를 붙이고서 생활을 합니다. 그러나 사흘이 지나기도 전에 결심이 사라지고 맙니다. 담배가게 앞을 지나다 보면 그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하면서 “딱 한 번만!”이라는 마음으로 한 갑을 사고 말았고, 결국은 끊지 못하면서 지냈습니다.

오래전에는 횡단보도에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이 있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요, 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습니다. 한 개비를 피우다가, “끊어야지!”라고 굳게 마음먹고서는, 상의 주머니에 있던 새로 산 담배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습관.


금연의 시작


어느 날 아침, 핸드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켰는데, 바탕화면에 이런 텍스트가 깔려 있었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IMF위기라는 것의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이 얼마나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이라도 국가부도가 나지 않을까 전 국민이 걱정하던 때였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딸이 내 핸드폰의 배경화면으로 넣어 두었던 것입니다. 아침 출근 걸음이 늘 무거웠지요.

그때, 그 글을 보는 순간 가장으로서의 의무감과 의욕이 솟아났습니다.

“그래, 고맙다!” 이렇게 마음을 고쳐 잡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딸에게 무엇인가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생각을 하던 중에,

“그래, 담배를 끊자. 그게 내가 줄 수 있는 제일 큰 선물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부터 금연을 시작했습니다.

간절했던 마음이 그렇게 어려웠던 금연을 가능하게 했던 거죠.

이후에 때때로 다시 흡연할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딸에 대한 내 마음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강하게 가지고 나갔습니다. 그것이 30년이 되어갑니다.


변화가 어려운 이유


어제 저녁에, 오늘의 글을 머릿속에 가지고 퇴근을 하면서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에 오르자 기사분이 웃으시면서 “선생님은 참 여유가 있으십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고 물어봤지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시는 모습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나는 웃으면서 “다리가 불편해서 천천히 온기예요”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랬더니, “다리가 불편하시면 걸으시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실 텐데, 아주 편한 얼굴이신 걸 보면 마음이 넉넉하신 분 같네요”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웃었죠.

몇 달 동안 많이 불편했지만, 꾸준히 스트레칭과 근육훈련을 해 온 덕분에 걷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천천히 걸을 뿐이죠. 그리고, 내가 불편하다고 표정까지 불편하면 좋을 일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말이죠, 이 기사분이 상당히 철학적으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시는 겁니다..

“나는 부처님 말씀을 참 좋아하는데, 그 말씀 중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이 산을 넘어가겠다고 생각하면, 올라가는 도중에 멈추면 안 됩니다. 멈추면 다시 내려오게 되지요. 그래서 부처님 말씀이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넘어가게 되고, 왔던 곳으로 다시 내려가지 않게 된다고 하셨습니다”라고 하면서 사람이 변화를 원한다면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불교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듣고 있다가, 지금 기사분이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내가 글의 주제로 정하고 쓰고 있는 “변화하기 힘든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번뜻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분에게, “참 묘하네요. 오늘 글을 써야 하는데, 그 주제가 선생님이 하신 내용이거든요!”라고 이야기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기사분이. “얼마 전에 한 손님을 모셔다 드렸는데, 선생님이 가자고 하신 곳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그날 철학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집에 가까이에 왔는데, “아, 선생님이 맞네요! 목소리가 기억이 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몇 달 전에 택시 기사분과 우연히 철학이야기를 나눈 것을 브런치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바로 어제 나를 태워주신 분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인연도 참.

https://brunch.co.kr/@lasskor/53

오늘의 글을 더 이해하기 쉽도록 이런 기회가 나 한데 주어졌던 것이죠.


천천히 하는 것은 괜찮지만, 멈추면 안 된다


나는 브런치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자주 마음에 두는 말이 있습니다.

“불파만 지파참”

류귀복 작가가 쓰신 글에서 처음 봤던 것입니다만, 그 이후에 여러 작가님들께서 쓰고 계신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천천히 하는 것은 괜찮지만, 멈추는 것은 안된다는 뜻이죠.


간절한 마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마음을 아마도 자주 가지실 겁니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들을 많이 읽으실 텐데, 읽는 동안에는 마치 자신이 마음에 두었던 목표에 도달한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진 경험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사흘도 되기 전에 잡고 있던 책이 책꽂이 깊은 곳에 꽂혀버리고 마는 경험이 많으셨을 겁니다.


간절함이 없으면 얻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서 수년간 목표를 향해서 몰입을 하고, 그 열매로서 합격이라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꼭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력한 열매입니다.

의사이든 기술자이든, 마스터(장인)의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수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계획된 체제에 들어 있을 때에는, 필요한 기간을 채우면 장인에 가까운 수준에 오릅니다. 의사라면 수술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고, 기술자라면 컴퓨터 수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연주자라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악기로 표현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없이 혼자서 하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자꾸 멈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제 택시기사가 하신 말처럼, 산을 넘을 때까지는 도중에 멈추면 안 되는 것이죠.

어떤 시스템에 들어가서 훈련을 받으면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목표에 도달하지만. 그러한 강제성이 없는 상황이라면, 스스로가 자신을 강제해야만 합니다.

소위, 목숨을 걸고 한다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만약 지금 자신을 바꾸어야 할 것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이렇게 해 보시면 어떨까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귀한 선물을 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해 보면 어떨까요?


자기 계발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것이 자기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이 될 때까지 그 책을 읽는 것입니다. 자신이 저자가 될 정도로 그 책을 탐독하고, 누구에게 강의할 정도로 마음먹고 한다면, 안될 일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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