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의 조선일보에 책상 위를 정리하는 요령에 관한 칼럼이 실렸습니다.
내 책상 위에는 읽었던 책, 읽으려고 놓아둔 책, 종이, 노트, 받은 편지들, 광고전단, 사진첩, 펜꽂이 등등으로 늘 수북하던 때였는데, 마음은 늘 '정리를 해야 하는데......"였지만, 늘 바쁘다는 생각으로 미루고 미루던 때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칼럼을 읽게 되었지요.
지금도 그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늘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이죠.
1) 보관해야 할 것인가 폐기할 것인가를 판단한다.
2) 보관할 것은 책꽂이 서랍에 정리해서 넣고
3) 페기 할 것을 주저 없이 쓰레기 통에 넣는다.
4) 책상 위에서 작업하던 것은, 작업이 끝나면 바로 정리한다.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그래서 읽은 그날로부터 바로 실행했습니다.
작업이 끝나면 책상 위는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책상 위는 늘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해 놓았기 때문에
몸이 아주 피곤한 날이 아니면 늘 깨끗했습니다.
때때로 복잡한 문제가 생기면, 다시 책상 위에는 물건들이 놓인 채로 며칠이고 지날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것도 스트레스였지요. 그래서 책상 위는 늘 정리해 놓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뇌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여러 가지의 책들을 읽게 되었는데,
내가 가장 찾고자 했던 책은, 스트레스 반응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뇌의 작용에 관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신경생리과학 책도 구입해서 공부를 하고 있고, 신경심리학도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긍정심리학도 공부를 하고 있고, 몰입에 관한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매우 좋은 내용들이라서 새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나까지 읽게 되었지만,
아쉬운 점은, 내가 바라는 근본적인 것, 다시 말해서 뇌의 작용을 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것에 관해서는 많이 미흡했습니다.
그러다가 심한 스트레스가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한 사람이 로버트 새폴스키 교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의 책을 읽게 되었지요.
그런데 읽어가다가, 이 책이 바로 내가 찾고 있던 책인 것을 깨닫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내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 뇌의 어느 부분의 작용 때문인가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작용으로 내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고, 또한 추측할 수 있는 능력도 늘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는 스트레스에 접하며 삽니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접하는 스트레스가 대부분이지요.
자신감의 부족, 용기부족, 준비부족, 게으름, 막연한 두려움 등등이 우리들을 스트레스 속으로 몰고 들어갑니다.
오늘의 주제는 정리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차이입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새폴스키는 영장류의 연구가이기도 해서 아프리카의 개코원숭이들과 25년간을 만나며 그들의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는데, 모든 영장류에게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들을 찾아내어 우리들에게 알려 주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가 이야기하고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 가운데, 오늘은 내 생각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일어나는 스트레스와 관련지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스트레스는 경험한 두려운 일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갑자기 일어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났다거나, 낯선 곳에 갔다든지 하는 경우에 긴장을 하게 됩니다.
또는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만 할 때,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 같은 일이 있게 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신 없는 일에도 그렇고, 하기 싫은 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긴장의 연속이지요.
저 말단 직원들에게 까지 조심스럽습니다. 그리고 퇴근을 해서 집에 오면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눕고 싶어 집니다. 몸에서 힘이 빠집니다.
이렇게 되는 것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당질코르티코이드(glucocorticoid)가 분비가 되면서 혈류에 포도당이 다량으로 쏟아져 나와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죠.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면 점점 피로도가 줄어들어 갑니다. 출근해서 퇴근까지의 과정에서 예측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로버트 새폴스키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스트레스는 예측하지 못하는 일들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점점 예측하는 일들이 늘어나서 안심을 하게 되는 것이죠.
빅터 프랭클과 같은 심리학의 대가들도 처음 연단에 섰을 때의 긴장했던 모습을 실감 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얼마나 긴장이 되었는지 연단에 올라가기 직전에 바륨을 먹고 올라갔습니다. 그 약 덕분에 무난히 강연을 마쳤는데요, 나중에 깨달은 것은, 바륨은 복용하고 30분이 지나야 신경안정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가 당당하게 첫 강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약물 덕분이 아니라 순전히 정신적으로 안심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약을 복용하면 걱정거리가 없어진다"는 생각, 즉 예측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강연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잘 못하는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예측 가능성의 차이 때문입니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건들이 늘 있어야 할 곳에 있기 때문에, 오랜만에 필요해서 찾을 경우에도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에서 걸치작 거리는 일들이 별로 없게 됩니다.
그런데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찾는데 고생을 합니다.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기 때문에 전부 뒤집어 봐야 찾을 수가 있습니다. 찾고 나면 기운이 빠지겠지요?
찾고자 하는 물건이 어디에 있다는 것은 "예측하고 있다"는 것이죠.
눈감고도 어디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은 "예측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모르는 것입니다.
정리 잘하는 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입니다.
습관을 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습간이 들면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이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