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들이 바라는 것들의 대부분이 너무 세속적인 것이라서 사람들에게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이라면 그런 것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하겠지요? "너 지금 갖고 싶은 게 뭐니?" "응, 예쁜 강아지 있으면 좋겠어"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너무도 소박해서 들어도 마음에 꺼리는 것이 없습니다. 걷치례스러운 것도 없고 아이들의 격에 맞지 않는 것도 없기 때문이죠. 만일 아이가 아빠의 월급에 가까운 뭔가를 사달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아빠, MTB라고 애들이 많이 타거든요? 나도 하나 사주세요. 티타늄바디로 된걸로요"라고 한다면, 월급쟁이 아빠로서는 "속 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성인에게도 마찬가지지요. 갖 결혼한 며느리가 아들에게 "내 친구는 예비신랑이 빨간 벤츠 사준대. 나도 사주라"라고 했다면, 그날로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미움의 대상이 될 겁니다. "이 아이는 속이 있나 없나? 빤히 지 남편이 사줄 능력이 안 되는 줄 알면서 이야기하는 것 보면, 내가 며느리 잘못 봤지"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죄 없는 예비신부까지 덩달아 미운 족속에 들어가 버리고 말겠지요. 그런데 세상은 이런 상식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상식으로 세상을 살려고 하면 쩨쩨한 사람이라는 평판이 나기 쉽습니다.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듣고 배웠던 검약과 절제의 상식이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치부되어 버리기 쉬운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모두 채워줄 수 있는 경제력이 우리 사회에 넉넉하게 갖추어져 있을까요? 검약의 수준에 대한 상식이 변해도 좋을 만큼 우리의 평균적인 경제력이 충분할까요? 이것은 통계자료를 보면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금융자료를 보면 바로 알 수가 있지요. 가계부채의 수준을 볼까요?
소득 전체에 가까운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입니다. 저축할 여유란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의 상태는 국민소득이 낮았던 시절보다 오히려 여유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검약을 해도 쉽지 않을 상황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나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근거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면 마음이 훨씬 여유로워집니다. 더욱이 요새는 마음만 먹으면 공적인 통계자료를 수 분내에 찾아낼 수가 있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통계자료를 구해서 지금의 상황의 문제점을 안다고 한들, 지금의 풍조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깨달은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넘치도록 많기 때문이지요. 여기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
데이비드 호킨스는 의식혁명에서 인간의 잠재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주 1). 운동선수들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것은, 돌파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습니다. 로저 베니스타라는 육상선수가 1마일을 4분 이내로 주파할 때까지는 인간이 더 이상 빨리 달릴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베니스타가 그 장벽을 깨고 나니, 그 이후에는 속속 새로운 기록들이 속출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육상이 아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 새로운 생각이 출현하면, 전에는 없는 새로운 것들이 속속 탄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최근의 우리의 일상에서 거의 매일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서 모두 급변하는 시대라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인간의 미래에 매우 심각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를 야기할 것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주 2). 그는 인간의 행복에 관해 연구를 해 오면서 긍정심리학의 선구적 학자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의 저서 "몰입의 재발견"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진화가 지구상에서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 왔다는 것에 관해 긴 설명을 해 나오다가, 갑자기 "그것들(진화해 온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래에 우리가 파멸하는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칙센트미하이의 경고
인간은 필요에 의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며, 그 창시자의 생각, 또는 그것이 접하는 다른 사람의 의식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그 의식을 바꾸기 시작하는데,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수백 수천 가지의 새로운 용도가 자발적으로 생겨납니다. 문제는 창시자의 손에서 떠난 후에도 과연 우리의 목적에 부합하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것들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앞에서 검약의 정신이 바뀜으로써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런 사실을 이해하고 나서도 고치고자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되지 않아서 쉽지 않은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할 때, 과연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편리한 것들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는 칙센트미하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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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의식혁명 제4장 "스포츠와 잠재력"
주 2: 몰입의 재발견 제5장 "밈 vs 유전자, 무엇이 더 위협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