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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상에 떳떳한 나

by 오성진


후배 한 사람이 오래전에 내가 한 말에 대해서 지적을 해 준 것이 있습니다.

"만약에 라는 말은 쓰지 마세요"

이 말은 내가 어떤 계획이 있었는데 반대하는 사람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반대만 안 했더라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버리라는 이야기죠. 듣고 나서, "맞아,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라고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남 탓한다는 것은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죠. 자기 일인데도 주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반성 안할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똑똑한 후배 둔 덕을 크게 봤습니다.


자신의 삶의 주도권은 누구의 것인가


중요한 일의 목표를 그냥 세울 수가 없지요. 지혜를 얻기 위해서 강연을 듣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를 직접 만나서 지혜를 구하기도 합니다. 나는 그런 지혜를 주로 책에서 얻고 있습니다. 내가 가끔 빅터 프랭클(주1)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만, 그는 사람의 본성에 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그리고 그 의미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야 한다(주2)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프랭클은 유태인으로서 여호와 신앙 속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그의 생각에는 자신의 삶을 허락한 신에 대한 생각이 바탕에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신으로부터 허락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허락해 준 신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죠.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


그런 감사함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가 사람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생각을 한 이유는, 신이 허락한 삶에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우슈비츠라는 절망적인 곳에 수용되어 있을 때도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가 고등학생 시절, 오스트리아에서는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이 문제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의미 있어야 할 삶을 포기해 버리는 청소년들을 안타깝게 생각을 한 것이죠. 그래서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청소년 상담소를 개설하고, 청소년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우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 결과 자살하는 청소년들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로서 첫 번째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습니다.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운 상황 때문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상황을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리고 설혹 실패를 하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이 깨달아야 할 것을 찾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도전을 하는 것이죠. 의미를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의미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늘 생각하면서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옳은 길이 무엇인지를 안다고 해서 샛길로 빠지지 않고 반듯하게만 나아가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알지만 마음은 의미보다는 쾌락을 따라가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그리고는 후회를 합니다. 이런 모습이 보편적인 이유는, 수도원과 같은 속에서 인생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경건함은 좋지만 즐거운 삶을 누리고 싶은 것이 본능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본성 가운데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있어서 자주 자책을 하는 행동을 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서 떳떳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몰입의 삶


아마도 몰입이라는 것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것이 삶의 의욕을 키워주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 크기 때문이죠. 몰입하는 상태가 되면 근심과 걱정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몰입을 경험한 사람들은 그것을 반복하기를 좋아합니다.


몰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의외로 쉽습니다. 지금 텔레비전을 보고 계신다면, 그 시간에 자신이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지금 즐겁지 않은 뉴스를 보고 있다면, 꺼 버리고 자신이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을 해 보는 것입니다. 한잔하고 싶은 생각 때문에 엉덩이가 들썩거린다면, 지금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떳떳하고 세상에 떳떳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신다면, 바로 시작을 하시면 됩니다. 시작하시면 그만 두기 어려워지지만 즐거움이라는 선물을 받으시게 될 겁니다.


주1: 빅터 프랭클(1905-1977),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심리치료사,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럼에도 삶에 "예"라고 답할 때의 저자

주2: "빅터 프랭클", 자서전, 특별한 서재 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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