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건 입소문을 응용한 상술인데요, 왜 '바이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요? 영어로 viral이죠.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아니, 마케팅을 하는데 바이러스를 이용한다고요?
아니죠. 바이러스라는 미생물의 속성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인체를 침범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지고 인체를 공격합니다. 인체 밖에서는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하는 것이죠. 항생제라든가 항균제는 살아 있는 미생물을 죽일 수 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것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던 이유가 바이러스를 바로 죽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바이러스에 관한 것이 아닌데, 잠시 딴 데로 흘렀네요. 미안합니다.
입소문이라는 것은 사람의 입에 있던 것이 다른 사람의 귀에 들어갈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공기 중에 소리가 돌아다닌다고 해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기 전까지는 아무러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특성과 너무 비슷해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죠.
그런데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마케터들은 실제의 입소문이 아닌 가짜를 만들어서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방법을 아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이 되고 있지요. 그리고 의료분야에도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마케팅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곳도 매우 많습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은, 치료를 받을 때 의료지식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과학적 근거에 대한 맹신
일상생활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철저하게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술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생명과 복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술을 하는 의사에 대해서 신뢰를 하지 않으면 자신을 맡기는 것이 어렵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환자의 일방적인 신뢰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게 되지요? 이상이 업는 경우에도 건강검진등으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일들이 많습니다. 의사는 검사결과를 근거로 병의 진단을 내리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 것인가의 결정을 합니다. 우리들은 의사의 판단을 거의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한 사람이 가족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여행 가는 길에 동생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들렀습니다. 인사하기 위해서였지요.
동생은 모처럼 찾은 형의 건강을 한번 체크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루틴 체크로서 위(胃)의 엑스레이 검사를 권했습니다. 형은 몸에 이상은 없었지만, 동생이 권하니까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여행을 떠났지요.
여행지에 도착해서 즐거운 저녁을 하고, 편안한 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른 아침에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전화는 아내에게로 온 전화였습니다. 외과의사인 동생이 전화를 한 것입니다.
“형수님, 어서 돌아오세요. 형님이 정밀검사를 받아야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을 계속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서 다음날 동생의 병원을 찾기로 했습니다.
이 사람은 평소에 술과 담배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즐기는 편이었죠. 그랬기 때문에 동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그동안의 절제하지 못한 생활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너져가기 시작했지요..
좀 절제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즐긴 것이 결국은 큰 병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가득해지면서 가족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했지요.
“하나님, 그동안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아무래도 이상한 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제 병은 저의 관리 잘못으로 생긴 것이지만, 저의 가족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저로 인해서 불행하게 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간절한 기도를 하고서는 집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이 병원에 가서 동생을 만났습니다. 동생은 위(胃)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위의 1/3이 암에 이환된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초음파와 위내시경을 해 보자고 했습니다.
초음파검샤를 해 보니, 폐에 전이된 것 같은 소견이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거의 위암이 확정된 것으로 모두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이 정도면 내시경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래도 하기로 했으니 해 보자. 이런 생각으로 내시경 검사에 들어갔지요.
그런데, 내시경검사를 하는데, 위벽이 어찌나 아름다운 핑크색인지. 검사하는 사람도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도 깨끗한 위벽이었던 것이죠.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동생은 "공복에서 찍는 경우에 가끔은 위의 양쪽 벽이 겹쳐서 이렇게 나오는 수도 있어"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결국 엑스레이 소견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하나님께 감사를 했지요.
그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저는 진단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치과의사로서 같은 입장에 있기 때문에, 동생의 진단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첫 번째 소견으로 의심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추가적인 검사를 해서 정밀한 결과를 얻고자 했기 때문이죠.
인터넷에는 수없이 많은 정보가 가득합니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면 검색해서 궁금증을 충분히 풀 정도로 좋은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더욱이 AI가 발달된 지금은 의사보다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진단까지 해 주는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넘치는 의학정보
현대의 검사장비는 매우 정교하고 정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발달되어 있고, 그것을 판독하는 기술도 고도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검사결과라는 것은 몸 전체를 원심분리기에 넣어서 분석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혈액의 일부로 판단을 하고, 엑스레이라는 것은 조직의 그림자가 필름에 맺힌 영상입니다. MRI와 CT도 세포 수준까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축적된 정보를 가지고 질환의 근본에 접근해가고 있는 것이죠. 절대로 완전한 자료는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정보를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가 이용을 해서 예를 들면 자가 진단을 한다든지 자가치료법을 만든다든지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죠.
모든 의술은 전문가인 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재앙이 될 수가 있습니다.
나는 나의 환자들에게 늘 당부해 온 말이 있습니다. 치료 중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절대로 인터넷 카페를 들어가서 뒤져보지 말라고 합니다. 거기에는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 이외에는 자신에 대해서 책임 있게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진단기술과 의료기술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병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날은 아직도 먼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의술의 한계를 이해하면서 자신의 치료를 해 주는 의사에게 의지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아직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