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목구멍까지는 올라오는데, 입에서는 나오지가 않아요."
일본에 거주하는 한 주부의 하소연입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일본어 사용에 별 불편이 없는 분입니다. 다만. 논리 정연한 말로 이야기하고자 할 때 말문이 막힌다는 것이죠. 외국어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도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려고 하면 얼굴부터 새빨개지고 숨이 가빠져서 서울에서 온 제일 못난 사람으로 보였을만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 답답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상점 같은 곳에서는 내가 '갑'이거든요.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것은 점원들입니다. 그 생각이 들자 일부러 천천히 말하기 시작을 했죠. 그리고 한 마디라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면 무조건, 'pardon?" 하고서는 능청을 떨었습니다. 갈수록 자신이 생기더라고요.
어느 날,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경험해 오면서 깨달아 온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응모를 했습니다. 몇 차례 떨어지는 것은 보통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작가로 채택이 되었습니다. 얼떨떨한 기분이 들면서 갑자기 긴장감이 몰려 오더군요.
브런치 작가가 되어 첫 글을 올리는데 심장의 박동소리가 몸 바깥까지 들리더군요. "쿵 쿵 쿵". 호흡은 거칠어지고 팔은 후둘거렸습니다. 발행 준비가 끝나고 이제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생각으로 누를까 말까 누를까 말까를 반복하다가, '에잇, 모르겠다!' 하고서 눌러 버렸습니다.
"글이 발행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고, 나의 첫 글이 브런치 공간에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두렵던 시작은 이제 떨림 없이 어느덧 어느덧 80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우선 두렵습니다. 작가라는 칭호도 두렵고 글을 왜 쓰는지의 여부를 떠나'공개'된다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기에 두려워도'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껏 해왔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새로움은 없습니다. 새로움이 없으면 매일 똑같은 삶입니다.
두려움은,
나를 매일 똑같은 삶에 머물게 하여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성공적인 삶을 등지게 합니다.
결국,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생 자체를 실패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입니다!" (주 1)
"야심 찬 계획"
매우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느낌표까지 붙여 놓았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에라이 멍청아, 네 인생 망가뜨리기로 작정했구나!"라는 말 아니겠습니까? 야심 차게 말이죠.
이제 생각을 돌려서 그 야심을 성공하는 인생 쪽으로 향하게 해 봅시다.
누군가 어떤 새로운 일을 한다고 할 때, 그것을 듣거나 보았을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지 않습니까?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연단에 올라가서 무슨 말을 시작한다고 할 때,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뭘 그리 주목하겠습니까? 우리가 연단에 서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할 때, 아무도 "아, 대단히 중요한 말을 하겠구나"라고 기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말을 시작하니까 바라보고 듣고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우리 자신도 하고 싶은 말 하고 내려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요?
'도전'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도입니다. 시도라는 것은 시작이라는 의미이니까 못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잘하는 것을 왜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못하니까 잘하려고 시작하죠. 그러니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보이는 것인데 그게 왜 문제가 될까요? 못하는 것을 반복하면 잘하게 되니 지금은 못하지만 결국 잘하는 내가 되는 길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이런 관점으로 시작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생겼을 때에는 긴장 같은 것은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 됩니다.
마음껏 떠들다 내려오면 되는 것이죠.
우리들은 이루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주저하다가 놓친 것이 적지 않습니다. 하찮은 두려움 때문이죠. 돌아보면 사실 대단히 두려운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아직 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혹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삶이 어떻게 될 일도 없었습니다. 아쉬운 일이죠.
이제는 좀 실패를 합시다. 적어도 예전 같은 아쉬움은 없어질 테니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1: 엄마의 유산, 김주원, 건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