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말을 타고 멀리서 달려오는 한 남자.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범상치 않은 차림의 남자다. 드디어 한 아름다운 여자 앞에서 말을 멈추더니, 정중한 인사를 하고서 그녀를 말에 태우고 떠나간다. 사람들은 꽃을 던지며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도록 축복의 말들을 건넨다.
이건 아빠가 옛날에 읽었던 동화들을 생각하면서 써 본 글이야. 괜찮냐? 신부를 데리러 온 왕자를 생각하면서 써 본 거지. 그런 동화들을 읽었던 그 시절, 아빠는 "아,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가슴이 설레면서 말이야.
장미꽃이 화사하게 핀 정원에서 우아한 결혼식을 올리는 상상을 해 보자. 얼마나 멋있니? 아마도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멋진 결혼식을 한 번쯤을 생각해 봤을 거야.
너의 결혼도 참 멋졌지? 그날따라 유난히 화사했어. 아빠 엄마도 네 덕분에 멋진 차림을 하고서 너희 둘을 맞았지. 돌아볼수록 행복한 날이었구나.
결혼식은 늘 화사하고 아름답지.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시작하는 결혼. 그리고 두 사람이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신혼의 시간. 이 시간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모든 사람의 바람일 거야.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만나게 될 갖가지의 일들에 관해서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더라. 생각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경제적인 문제 정도인 것 같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정말 중요하기는 해.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한 데댜, 지금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얼마나 많니?
그렇지만 경제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단다. 마음가짐이야.
결혼 서약할 때 "돈 많이 벌어야 해요!"라고 주례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경우는 전혀 없을 거야. 하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두 사람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것을 서약합니까?"라고 신랑 신부를 향해서 서약을 받잖아? 그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하면 이 말씀이 반드시 들어가겠니?
결혼 전에는 만나기만 해도 좋았지? 같이 있게 되면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어서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을 거야.
이제 평생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무지무지 행복하지? 그렇게 바라던 결혼을 하고 따뜻한 집에서 같이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적절한 예가 될는지는 모르겠다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는데 알고 있지? 좋은 일에는 좋지 않은 일이 많이 끼어든다는 말이지. 영어로는 "good comes with the bad"라고 하는구나.
결혼처럼 좋은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 그러니 다른 일들보다도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결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을 좋은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아빠는 생각을 하고 싶구나.
지금의 생활이 즐겁고 걱정이 많지 않아서 자기가 바라는 삶을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에 아빠가 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아빠의 마음도 너희들이 늘 평안한 삶이 이어지기를 늘 바라고 있지. 그 이상 바랄 것이 뭐가 있겠니? 하지만, 원치 않는 일들을 마주할 때에 대한 마음훈련이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삶에서의 고통은 그 뒤에 선물을 감추고 있다"
우리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을, 오히려 새로운 삶으로 바꾼 사람들이 참 많아. 아마도 평소에는 생각해 볼 일이 없겠지만, 생각해 보면 참 많을 거야. 젊은 시절에 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었던 여자. 그 아름다운 얼굴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마흔 번이 넘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반복해야만 했던 분이었지. 그분은 지금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살고 있지. 강영우 박사님은 축구하다가 시력을 잃었지만, 백악관 장애인 보좌관까지 하실 정도로 훌륭한 삶을 사셨어.
우리나라에도 자신들의 불행을 아름다운 삶으로 승화시킨 많은 분들이 있지만, 외국의 대표적인 분들을 보면, 스티븐호킹, 헬렌켈러, 스티비원더, 헤르만헤세 등등, 수도 없이 많다.
이 분들의 삶이 우리들에게 주는 거대한 메시지가 있단다.
마음을 어떻게 갖는가에 따라 삶이 완전히 변한다.
결혼의 목적
자, 그럼 결혼의 목적을 생각해 볼까?
생물학적인 목적도 있고, 사회학적인 목적도 있지. 그렇지만 그런 것은 나, 그리고 너에게 결혼을 하게 만든 이유는 아니잖아? 오로지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을 했지. 사람들이 결혼한 목적은 오로지 행복해지고 싶어서야. 그렇지?
그럼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생각해 보자.
때때로 오빠의 모습이 마음에 안들 때가 있을 거야. 너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일도 있을 거고, 네 생각을 받아들여주지 않아서 속상할 때도 있을 거야. 그럴 경우에 너는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할까? 교과서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번 생각해 보려무나.
오빠 생각을 바꾸어주고 싶니? 차분하게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서 오빠가 네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하니?
그러면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알았어"라고 말해 주겠지 하는 기대를 할 거야.
오빠가 받아들여주면 그 이상 좋은 일도 없겠지. 그렇지만 안 받아들여 준다면?
더 화가 나겠지.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아니?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거란다. 자신이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때는 가르침이 마음에 들어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죽기보다도 싫어한다고 하더라. 심리학자들의 이야기야. 그렇기 때문에, 네가 아무리 언변이 좋고 설득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네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놓은 거지.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람은 말로써 고쳐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주 1), (주 2), (주 3), (주 4)
이럴 땐, 둘 사이에서 행복했던 시간들 기억해 보렴? 어떤 일들이 있었길래 행복했지? 오빠가 어떻게 해 주었기에 행복했었는지 생각을 해 보렴?
너에게 기념이 될만한 일이 있었을 때, 잊지 않고 챙겨 주었을 때 참 기뻤지?
네가 기대하지도 않았던 것을 해 주었을 때처럼 기쁠 때도 없었을 거야.
그리고, 네가 해 준 작은 일에 기뻐하는 오빠의 모습이 있었을 때, 너도 행복했을 거야.
이런 행복은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다면 웬만해서는 자주 경험할 수가 있을걸?
행복이 깨지는 때
행복이 깨지는 때는 언제일까?
너의 부족한 것을 지적당했을 때 화가 났을 거야. 자신이 부족한 줄은 알고 있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도 눈에 보이면 참지 못하고 지적하는 모습이 있었다면, 마음이 많이 상하지? 너는 변명을 해야만 하고, 그 말을 들은 오빠는 계속해서 지적을 할 거고.
기분은 왜 나빠지는 걸까?
그런데 기분이 나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알게 된다면 그런 마음에 빠지는 일은 많이 줄 거라고 생각되는구나.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이 네 마음에 있게 되면 기분 나빠질 이유가 없겠지? 네 마음의 폭이 넓어지면 웬만한 지적에도 마음은 평온할 수 있을 거야.
진정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오빠의 말에서 네가 깨달아야 할 것을 마음에 담는 거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는 마음이지.
너를 지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왜 생겼는가를 이해하려고 하는 거야. 그 속에서 네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마음에 새기는 거지.
오래전에 유명한 영화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엄청나게 큰 다이아모드 반지를 끼고 나온 적이 있지. 모두 부러워했어. 아빠가 시카고를 갔을 때 세계에서 가장 큰 토파즈란 보석을 자연사박물관에서 봤단다. 정말 갖고 싶었지.
만약 누군가 그런 큰 보석을 주겠다고 아빠에게 제안한다면, 절대로 사양하지는 않는다. 감사히 받을 거야. 그러나 그것을 받는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을 얻는 것이 있단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힘. 이것을 갖게 되는 것처럼 기쁜 일은 없어. 돈으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야.
예전엔 나를 지적하는 이야기를 들을 땐 화가 많이 나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을 때가 많았단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마음에 빠지는 일이 많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은, 두 가지를 내 마음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수천 년간 이어져 오는 말씀이니 진리 아니겠니? 그 말씀이 지금도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야. 그래서 그 말씀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실천을 해 왔더니,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가 점점 사라졌단다.
이런 거야. 나를 화나게 할 만한 지적을 했을 때, "아, 내가 모르는 점을 가르쳐주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듣는 거지. 가깝지 않으면 누가 나에게 고쳐야 할 것을 말해 줄 수 있겠니?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니? 이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으면, 듣는 그 순간은 잠시 마음의 동요가 있더라도 싑게 가라앉고, 얼굴에 미소가 번지지.
이렇게 되면, 혹시라도 나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했던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화를 내지는 않겠지? 나는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데, 혼자서 울그락불그락 얼굴을 만들어 가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잖아?
경청
경청이라면 내 마음속에 어떤 판단을 가지고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듣는 것이 아니겠니?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
앞에서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를 했지만, 사람을 말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혹시 네 말에 변한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너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네 말을 들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이런 것은 언제라도 폭발할 수가 있는 거야.
마무리
행복한 결혼. 너의 앞으로의 삶 전체가 결혼생활이니까 정말 중요한 문제지? 그렇기 때문에 그 생활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할 필요도 없지.
결혼만큼 사람의 관계로 이루어진 것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해. 그리고 원래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기 때문에 그 관계는 무엇보다도 소중하지. 그 관계를 잘 이어가는 것은 역시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야. 자기의 생각을 앞세워서 오빠의 생각을 듣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해.
오빠가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스스로 변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너 자신이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변화가 일어날 것을 믿고서 기다리는 거야. 언젠가는 아이의 교육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하겠지만, 그것도 기다람으로 이루어 가는 것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네가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기다렸던 것처럼, 잘 인내하면서 열매를 기다리거라.
주 1) 조지 베일런트: 진정한 변화는 경험과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주 2) 마틴 셀리그만: 진정한 변화는 개인의 경험과 행동이 중요하다
주 3) 로버트 새볼스키: 인간은 단순한 말로는 행동을 변화시킬 수 없다.
주 4)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만족은 개인의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