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한 없이 많단다. 이 편지 연재를 계획했을 때, 30회분의 연재 제목을 한숨에 다 써버리고 말았거든. 사람들은 그것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별것 아니었어. 왜냐면 해주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야.
해도 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은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건 아빠의 삶 속에서의 경험 때문이지.
이야기해 주고 싶은 것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을 거야. 하나는 확신에 가득 찬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쉬움에서 비롯된 거야.
확신에 찬 것보다는 아쉬움 때문에 해 주고 실은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의문을 가질는지도 모르겠구나. "아쉽다는 것은 성취하지도 못하고 확신도 없는 것인데 어떻게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이렇게 네가 나에게 되묻는다면, 내가 느낀 그 아쉬움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충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아빠도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이야.
그 가운데에서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인 잘 잊어버리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고 싶구나.
사람이 무엇인가 본받고 싶다고 느꼈을 때, 그것을 자신의 삶의 신조로 삼고 지키는 것이 얼마나 될까?
너는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마음에 두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지? 어렸을 때는 집을 나서기 전에 아빠 엄마가 "차 조심해, 길 건널 때는 앞뒤 옆을 잘 보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그냥 지나가 버려라......" 등등을 이야기해 주었지? 그래서 최소한 학교 갈 때와 올 때에는 마음에 두는 말들이 있었어.
그런데 스스로 독립했을 때는 스스로 그런 것을 갖추고 하루를 지내야 하지 않겠니? 그럴 때 어떤 것을 늘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궁금하구나.
아빠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에 새길 말씀들을 늘 읽고 묵상을 했지. 물론 20대에는 많이 하지는 못했어. 그러나 30대에 들어가서는 자주 했지. 그렇게 했어도 실제 생활에서는 잘 기억해 내지 못했던 것 같아. 지켜야 할 것들보다는 하고 싶은 쪽으로 마음이 끌려가 버렸으니까.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에 자책하는 마음에 빠질 때가 많았지만 말이야.
이런 경험이 많았단다. 그 전날 했어야만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서 그냥 던져 놓고 신나게 놀다 들어온 다음날. 아침에 정말로 후회스럽고 답답했었던 경험들이 꽤 있어. 노래 가사에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처럼 자주 후회를 했지. 참 어리석었어, 그렇지?
참으로 이성적이지 못한 일들이 많았던 거야.
나의 경험을 일반적인 사람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그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이 나이까지 그렇게 아침을 시작한 보람이라고 할까? 그 덕분에 이만큼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한단다. 만약에 더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보다 좋은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는 본능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어쩌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왜냐면, 기억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거든. 예를 들면 매우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오랫동안 마음에 두는 것이 좋지는 않거든, 고통스러웠다는 것은 기억하지만, 얼마나 심하게 힘들었는지는 잊는 것도 우리의 본성이라고 하더라. 섭리지.
그리고 실패했던 것으로 인한 고통도 마찬가지야. 거기;에 붙잡혀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지. 속된 말로 훌훌 털어버리고 빨리 새 출발 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 않겠니?
이제는 기억해야 할 것은 마음에 깊게 새기고, 훌훌 털어버릴 것은 머뭇거리지 말고 털어버리는 것을 잘했으면 좋겠다. 살아오면서 늘 마음에 남는 것은, 어물어물하다가 시간이 지나가버린다는 거야. 그 시간만 잘 썼더라도 기쁜 기억들이 많았을 것 같거든.
기억을 잘할 수 있는 법은 따로 없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
오늘부터는 기억해야 할 일들을 위해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를 규칙적으로 정해놓고
매일 실행을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