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사람은 목소리가 크다

by 오성진

오래전에 새벽 성경모임을 이끌어 주시던 목사님이 계셨는데, 그 목사님의 목소리가 어찌나 작은지 처음에는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를 쓰지 않으셨다면 앞줄의 몇 분도 말씀을 잘 듣지 못하셨지 않을까 늘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조그만 목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크게 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선명한지 말씀하셨던 이야기들이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소음이 많은 곳에서 대화를 할 때,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것보다 작은 소리로 조용하게 말하는 것이 훨씬 알아듣기 쉽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집중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공장 같은 곳에서는 오히려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나는 목소리가 작은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내 소리 때문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크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내 말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


그런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사람은 커다랗게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수롭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를 크게 하는 것이죠.

논쟁을 하는 경우를 보더라도, 자기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는 점점 커집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커질수록 그 사람의 이야기는 마음에 들어오지가 않지요.


뇌는 큰 소리를 위험신호로 인식합니다


사람이 분노를 하게 되는 것은 뇌의 어느 부분이 그런 마음을 일으키는 것일까요?


뇌의 깊숙한 곳에 편도체(아미그달라 amygdala)라는 아몬드 모양의 구조물이 있습니다. 제가 가끔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곳은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매우 중요한 구조물입니다.


자신이 공격을 받는 것 같은 상황이 되면, 뇌의 편도체가 흥분을 합니다. 그러면 그 밑의 시상하부에서 부신에 신호를 보내지요. 그 신호는 “부신! 너 에피네프린을 쏟아 내!”라고 하는 신호입니다.


'에피네프린'이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멍'해지시나요? 그래도 아셔야 합니다.

혈관수축을 일으키는 호르몬입니다. (아드레날린의 영어표현이죠)


화학적인 신호가 부신으로 전달이 됩니다. 그러면 혈중으로 에피네프린이 쏟아집니다. 그러면 혈류 속에 포도당이 쏟아져 나오면서 에너지가 방출이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에너지 덕분이죠.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는 엄청나게 큰 것입니다. 위기 상황에서만 이렇게 쏟아지는 것이죠.

지금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자기를 공격하는 것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만만하면 대포로 한방 갈겨서 날려버릴 것이고,
너무 힘이 센 것 같이 생각되면 도망칠 힘을 내기 위해서죠.

커진 목소리를 들으면 즐거운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긴장이 되지요.

그러면 편도체가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커다란 목소리를 듣는 사람의 몸에서는 모두 에피네프린이 쏟아질 겁니다. 그러면 절대로 그 이야기를 좋게 듣기 어렵지요. 게다가 듣고 있는 사람의 몸에서 에너지가 소진됩니다.

오랫동안 그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빠지는 것은, 에너지가 소진되기 때문이죠.


목소리 큰 사람을 가까이하기 싫은 이유


목소리 큰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만나면 힘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몸에 비축된 에너지가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죠. 액셀레이터를 계속 밟으면 연료가 금방 소진이 됩니다. 결국 힘이 빠지죠.

상대방은 거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있는데 자기만 엄청 사용해 버렸으니 얼마나 손해입니까? 이제 집에 가서 영양을 충분히 보충해야 하는데, 집으로 가지 않고 대폿집으로 가서 퍼 마십니다. 완전히 망하는 것이죠.


약한 사람이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소리를 높이면, 그냥 가만 계시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아제 우편물을 찾으러 우체국에 갔습니다. 창구에 우편물도착 통보지를 내고서 기다리려는데 뒤에서 어떤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내가 먼저 왔는데 이게 뭐요? 여기기 시골 우체국이에요?”


그러면서 흥분해서 계속 말을 하더군요. 나를 보면서도 “당신도 내가 먼저인 것 생각해야지 뭐요?”라고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이야기했지요. “아, 사람이 없어서 그냥 접수했는데, 먼저 하세요”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예전엔 나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내 모습이 어떠했던가 생각이 났던 것이죠.

아마도 그때의 내 모습을 봤던 사람들은 나를 보면서 웃었을 것입니다.


조용조용, 그러면서 중요한 부분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

매력적인 사람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늘 부족한 것으로 가득한 나 자신이지만, 조금씩 철이 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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