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이해해 가는 즐거움

by 오성진

내가 뇌과학을 공부하게 된 것은 지식을 쌓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내 마음을 내 뜻대로 다룰 수가 없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먹었고, 잠이 오지 않으면 멜라토닌을 먹었지만, 매번 그런 식으로 진정을 시키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치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기초의학에 관해서 많이 배울 수가 있었고, 아무래도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배운 지식으로 이해하려는 습관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입을 통해서 들어가든 주사를 통해서 들어가든, 아니면 피부 접촉으로 흡수가 되든, 모든 것은 혈류를 통해서 간으로 옮겨집니다. 그리고는 독성을 제거하고 배출이 되지요.

그러니까 약을 먹는다는 것은 간에 부담을 주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약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되도록 안 먹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뇌를 공부하게 된 이유


그런 이유도 있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커져가면서, 뇌에 관해서 공부를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마침 '뇌, 하나님 설계의 비밀'이라는 티머시 제닝스(정신과 의사)의 책을 알게 되어서 읽기 시작을 했습니다. 수십 년 전에 공부했던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다시 보니, 머릿속에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지식이라는 것이 자주 활용을 하지 않으면 다시 부활시키는데 어렵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 본격적으로 뇌의 해부학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부학 책을 보면서 뇌를 그리는 연습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이곳이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뇌하수체, 편도체, 시상하부, 해마......

아, 머리가 굳은 지 오래되다 보니, 암기가 잘 되지 않더군요.

그런데 이 구조를 제대로 알지 않고서 뇌공부 한다는 것이 제대로 될 리가 없어서 파고들었습니다.


팬데믹은 나에게 시간을 허락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우연히 책을 한 권 소개받았습니다.

정민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이라는 책이었는데, 상당히 두껍습니다. 그리고 한문이 참 많았지요.

그런데 코로나사태가 계속되니, 저녁시간에 할 일은 독서 밖에는 없더군요.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기를 반복해서 11독을 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지독하게 독서를 했습니다.

11독을 하고 나니 머릿속에 책 내용이 잘 기록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뇌의 해부학, 그리고 신경생리학을 공부하면서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여러 차례 읽은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덕분이죠.


독학이 어려운 이유


나는 치과의사입니다. 환자의 심리를 공부하려고 뇌과학 공부를 한 것은 아닙니다. 나를 치료하기 위해서 공부를 한 것이죠.

그런데 자기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무엇인가를 배우고자 할 때, 독학을 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제성이 있어야만 제대로 익힐 수가 있는 것이죠.


강제성이 없는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내가 환자를 진료할 때, 그때마다 전공책을 펴 놓고 읽는다든지, 노트를 펴 놓고 진료하지는 않습니다.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과 눈과 손은 저절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수련이라는 긴 기간을 거치면서 내 마음과 몸에 익혀진 것이죠.

수련기간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고, 끊임없이 과제가 주어졌지만,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를 해야만 했습니다. 강제성이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뇌 공부의 경우는 전혀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인 공부였습니다. 하루 종일 치과진료를 하면서 어디에 배우러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혼자 공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죠.

깨달아 가는 속도는 정말로 느려 터졌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늘 새로웠으니까요. 그러나 약을 먹지 않고 심리문제를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진도는 느렸지만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제는 꽤 많은 지식을 쌓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내 중심적이 아닌, 그 사람의 내부를 이해하면서 맺어갈 수가 있게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절실한 필요성은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이다


그런데, 뇌를 공부하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다른 의학분야와는 다르게 실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이 분야에서는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해부하면서 실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문제가 있는 환자가 내원을 하면, 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가운데

원인과 문제의 과정을 추론하면서, 환자의 임상결과를 가지고 뇌의 작용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 뇌에 관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추론과 임상결과를 이해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적용해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사람들과의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들을 터득해 나가면서, 뇌 공부가 참 유익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혜의 말씀을 뇌과학적으로 해석해 보다


나는 지혜에 관해서 언급하고 있는 글들을 뇌과학적으로 이해해 보는 노력을 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성경 잠언에 이런 말씀이 있는데요, "모든 지킬만한 것들 중에서 더욱 네 마음을 지켜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23)

이 말씀을 살펴보면, 마음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마음처럼 분석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것을 뇌과학적으로 하나씩 풀어 나가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조금 뇌 공부를


예를 들어보죠. 누군가 자기를 모욕하는 말을 들으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습니다.

왜 그럴까요? 뇌의 편도체가 흥분을 하게 되고, 편도체시상하부에 신호를 보내어 부신에서 에피네프린을 분비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혈중에 분비시키도록 합니다.


어려워 보이시죠? 저도 처음에는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자주 반복해 드릴 것이니까 저절로 익혀지실 겁니다.


열받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열받는다는 말을 많이 하지요? 화나는 것을 왜 열받는다고 그럴까요?

앞에서 뇌의 작용을 간단히 설명했습니다만, 그 작용의 결과로 몸에는 열이 나게 됩니다. 에너지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열받는 겁니다.


그런데 이 상태가 되면 마음이 격동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라앉히려면 찬 수건으로 이마를 적시지 않습니까? 냉수를 한잔 마시지요?

열을 가라앉히는 것이죠 뇌의 명령에 따라 발생한 열을 말이죠.


마음을 지키라는 말씀이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것이로구나. 이렇게 이해가 됩니다.

다시 말해서 에피네프린과 당질코르티코이드가 쏟아져 나오면, 몸이 과도하게 흥분하게 되는데, 안정시키지 않으면 몸이 축이 나게 되는 것이죠.

이때 마음을 가다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 전전두엽 피질이 격앙된 몸을 가라앉히는 신호를 발하게 됩니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몸이 차분해지고 마음도 가라앉게 되는 것이죠.


뇌과학이라는 것을 모르던 수 천년 전에, 깨달은 사람들은 이미 그러한 작용을 알았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러한 내용을 알게 되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열리고, 그만큼 에너지도 아낄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오늘, 생소한 단어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열받으셨겠지만,

앞으로 저화 함께 뇌를 살펴봐 나가면, 열받을 일이 점점 줄어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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