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으로 모험을 떠나 본 게 언제인가?
20년 전 출시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카피는 스무 살의 나를 꽤나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세상에. 모험이라니. 그 말을 들어본 적이 언제였더라. 그렇게 한동안 불모의 땅을, 또 무법의 항을 찾아다녔다. 가슴 뛰고 설레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보다 8년 전인 중학생 시절, '대항해시대'를 하며 느꼈던 마음들도 비슷했던 것 같다. 그것은 다 모험이었을까.
많은 세월이 지났고, 또 많은 일들이 흘러갔다. 한 번은 프랑스 남부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바닷가를 접한 도시에서 난생처음 지중해를 바라보며 '대항해시대'로 이곳을 탐험하던 중학생의 내가 생각났다. 그때만큼은 설레지 않았다.
때때로 모험을 떠올렸지만, 그래서 모험을 떠나보고 싶었지만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인생에서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큰 마음을 먹고 어딘가 멀리 여행을 떠나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유명하고 안전한 곳에 자신의 발걸음을 더 할 뿐이다. 미지의 세계는 없으며, 모험이라는 말은 게임이나 영화에서만 통용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와우'의 카피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모험을 떠나 본적은, 정말 언제였을까.
- 두 달쯤 전부터 의진은 걷기 시작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의진에겐 너무나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끊임없이 걷고 걷는 의진에게 아파트의 집안은 좁았던 모양이다. 요즘은 툭하면 밖으로 나가자며 먼저 무릎 보호대를 들이밀곤 한다. 발걸음은 여전히 어색하며,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져 울 때도 많다. 그래도 금세 일어나 다시 어딘가로 뒤뚱뒤뚱 걸음을 재촉한다.
그때 의진은 얼굴은 세상 모든 행복감으로 가득 찬다. 아이가 가는 모든 길은 난생처음 걷는 길이다. 아이에게 보이는 것 모두 전에 없던 풍경들이다. 미지의 세상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며,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있다. 의진의 첫 번째 모험이 시작되는 순간들이다.
다른 모든 아이들처럼, 의진 역시 이 날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들에 권태로워질 때도 있겠지. 그때 의진과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너의 첫 번째 모험을 그토록 기뻐했던 순간이 너에게도 있었다고. 그때, 바로 옆에서 너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그리고 너와 함께 했던 수많은 날들이, 우리에겐 모험처럼 행복하고 설레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