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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교수의 기일에

by 다정한 무관심

징역 속에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맨 처음 시작하는 일이 책을 읽는 일입니다.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군 시절, 친하게 지내던 후임 한 명이 내게 좋은 책을 한 권 추천해 달라 했다. 평소에 책을 즐겨 읽는 친구는 아니었기에, 가벼운 소설책을 권할까도 싶었다. 하지만 좋은 책이라는 말의 미묘한 무게 때문에, 지금은 아니더라도 1년이든 2년이든 언제라도 좋으니 꼭 한 번 읽어보라며 한 권의 책을 건넸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었다.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기에, 그 친구는 꽤나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원처럼 느껴지는 군대의 시간과 새벽근무의 고요는 책장의 무게를 꽤 가볍게 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내게 좋은 책을 알려줘 너무 고맙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휴가기간에 다른 친구에게 그 책을 선물하며, 1년이든 2년이든 언제라도 좋으니 꼭 한 번 읽어보라 했다는 말도 보탰다. 내가 쓴 책도 아니었지만 그 책에 담겨 있는 좋은 마음과 생각들이 나누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었다.

인생이 책 한 권에 바뀌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어떤 순간들에서 조금은 더 옳은 판단을 했었다면,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의 손해를 볼 줄 알았었다면. 그래서 조금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면 이 책에서 빚진 점이 많을 것이다. 갈피를 잃었던 청춘에 지침이 되어준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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