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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Candy Dec 25. 2021

말을 잘하는 사람

단어 선택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아는 게 많으면 된다, 책을 많이 읽으면 된다는 등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공허한 조언들 말고, 글을 읽는 여러분이 십 분 후의 대화에서 바로 적용해 볼지도 모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적절하고 섬세한 단어 선택


<감정 교육> 이라는 위대한 소설을 쓴 19세기 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는 '일물일어설' 을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모든 대상과 현상에는 그것에 어울리는 딱 하나의 단어가 있다는 지론입니다. (사실 플로베르의 직접적 언급을 찾아보면, 특정한 생각과 그것을 담아내는 그릇언어의 불가분적 관계를 지적한 것에 가깝습니다. 궁금하시면 일물일어설을 검색해서 찾아보시길)


말하는 상황에서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해 줄 수 있는 단어를 순간적으로 선택해서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비슷한 뜻을 담고 있지만 약간씩 그것이 주는 느낌이 다른 단어들이 있으니, 이 단어들을 명확하게 구별하고 또 적절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당신과 논쟁하는 상대방이 뭔가 근거가 부족한 통계 자료를 들이밀 때, "그 통계 자료는 못 믿겠어" 라고 말을 시작하는 것보다, "그 통계 자료는 신뢰성이 부족하다" 라고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믿음이라는 말은 근거의 유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종의 개인적 신념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이는 반면 신뢰성이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치명적 결함이 없다는 의미까지 내포할 때 많이 쓰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종교를 '믿는다'고 하지, 종교를 '신뢰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통계수학에서 '신뢰도'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믿음도'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믿음> 과 <신뢰> 는 뭉뚱그려서 비슷한 뜻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전달력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옵니다.


토론이나 언쟁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꺾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만이 '말을 잘 한다'의 정의는 결코 아닙니다. 이별의 아픔 때문에 슬픔에 빠진 지인을 위로할 때,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이번에도 떨어져서 낙담하고 있는 친구를 위해 응원의 말을 건네줄 때, 큰 프로젝트나 경기를 앞두고 팀원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마음 속 깊은 곳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열정의 말을 소리칠 때. 모든 상황에서 적절한 단어의 사용은 중요합니다. 연속된 실패로 축 쳐져 있는 친구에게는 "너무 겁먹지 마" 처럼 어감이 강한 단어보다, "너무 위축되지는 마" 처럼 약간 톤 다운된 단어를 사용해서 위로를 건네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반면, 팀원들의 열정 스위치를 켜는 순간에는 (혹은 연설에서는) "너무 위축되지 말고 하자" 와 같이 소극적인 단어보다는 "쫄지마" 처럼 세고 강렬한 단어가 더 와닿을 것입니다.


기분이 좋다! 처럼 너무 자주 쓰는 말도 더 맛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어떤 따뜻한 감정을 느꼈을 때에는 마음이 좋다고 표현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부드럽고 훈훈하게 들립니다), 극적인 성취의 순간에는 감격스럽다고 말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말을 잘 하는 법에 대해 쓰는 제가 말을 잘 못해서 더 선명하게 느껴질 만한 예시들을 들어드리지 못하는 점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결국 공감능력


대충 의미가 통하는 어떤 단어를 집히는 대로 꺼내어 말하지 않고, 지금 상황에 더 어울리는 섬세하고 아주 미묘한, 딱 들어맞는 단어를 골라내어 말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이 오늘 소개한 방법의 키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을 마구 내뱉기에, 그것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말을 내뱉고 뒤돌아서서 후회하거나, 집에 가는 길에 후회하거나, 한 달 전에 했던 배려없는 말이 떠올라 갑자기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지요. 결국에는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면서 말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자꾸 상기시켜야겠지요. 지금 내 입에서 별 생각 없이 터져나오는 말이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을요. 물론 저에게도 참 어렵습니다.


듣는 상대방에게 공감한다는 것이 꼭 부드럽게 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거철의 유세 현장이나 특정 연설 현장에 모인 청중들은 꽃이 피어난 듯 따뜻하고 훈훈한 말만 듣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팀의 운명이 걸린 프로젝트의 중요한 회의 자리에서는 때론 솔직하고 거침없는 평가를 원하는 상대방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공감능력은, 지혜로움과 결합된 공감능력입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어떤 단어로, 어떤 톤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눈치 빠르게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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