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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Oct 25. 2022

어떤 전쟁도 정당화 될 수 없다

숨겨진 전쟁 #1/2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1(2019)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 시즌1 중에서
숨겨진 전쟁(The Secret War)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니메이션 / 18부작 옴니버스
☞ 2019.03.15. 넷플릭스 방영 / 절대 성인용
☞ 작품 관련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소련 부대원들이 한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은 온통 처참하게 죽은 시신들뿐이다.

부대원들은 만행을 저지른 적을 추격한다. 그들은 적을 구울이라 불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이다.

몇몇의 대원을 잃었지만, 구울을 어느 정도 퇴치했다. 그리고 낌새가 좋지 않자 후퇴한다.

그곳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구울이 처음에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인지 비밀이 소개된다. 그러나 부대의 임무는 구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므로 밝혀진 비밀을 무시하고 군인답게 임무 수행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그러다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크기의 구울 무덤을 발견하고 폭약을 설치해 폭발시킨다. 그러나 무덤이 얼마나 거대한지 개미굴에 물방울 떨어뜨린 격이었다.

새카맣게 몰려드는 구울 떼를 보며 마지막이 될 것임을 직감한 대원들은 결전을 준비한다. 소령에게 정보를 전달할 전령으로 팀 리더인 중위의 어린 아들 말렌첸코를 미리 떠나보내고,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결전에 임한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구울들... 모두 퇴치할 수 있을까?




가만히 보면 <Love, Death and Robot>에 수록된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그래픽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이 작품도 거의 실사에 가까운 퀄리티로 전투 장면의 현실감과 잔혹한 장면의 정밀 묘사가 두드러진다.


작품에서 소련군 대원들은 괴생물체를 ‘구울’이라고 부른다.

구울은 아랍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구울이라는 이름도 아랍어라고 한다.

주로 묘지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인간의 육체를 섭취한다고 한다. [참고 : 위키백과]


일본 애니메이션 <도쿄 구울(2014)>이 워낙 유명했던 작품이라 구울이라는 것이 일본의 창작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검색해보니 ‘구울’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랍어다. 역사도 꽤나 오래되었다.

우리에게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제목으로 더 익숙한 <천일야화>가 구울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천일야화>는 중동의 구전 문학을 정리해 놓은 책으로 무려 280여 편의 긴 이야기를 모안 놓은 책이다.


<도쿄 구울>을 포함해 현대 작품에서 표현되는 구울은 아랍권의 원조 구울과는 조금 다르다. 다른 대다수 크리처들이 그렇듯이 이것 또한 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 : 위키백과]


이 작품은 등장인물인 중위와 대원 간에 나누는 대화로 유추해 볼 때, 시대적 배경은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08~1943.01)가 진행 중인 때로 판단되며, 이 전투가 바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모티브 같다.


정말 커다란 전쟁은 ‘독소 전쟁’을 의미하고, 그 안에 '숨겨진 전쟁'은 바로 스탈린그라드 전투다. 물론 그 의미를 이 작품에서는 애니메이션 특성을 활용해 괴생명체 ‘구울’과의 전투로 대치했다.


1941년 6월 22일, 기갑부대를 앞세운 독일군이 소련 국경을 넘어 침공한다. 이른바 ‘독소(獨蘇) 전쟁’의 서막이다.

침공한 독일군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승승장구해 왔으나 바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기점으로 판세가 뒤바뀌게 된다. 이를 계기로 제2차 세계대전의 판세도 뒤바뀌게 되는 중요한 전투다.


독일에게 밀리던 영국이 미국의 도움으로 점차 회생 단계로 접어들자 독일의 히틀러는 영국과 소련, 양국으로부터 공격당할지 모를 상황을 염려해 소련과의 전쟁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 했다. 때문에 엄청난 대규모 병력과 자원이 투입되었으며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소련의 추운 겨울과 부족한 보급품 지원 등. 결국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에게 포위당한다. 그들은 보급품이 완전히 끊기면서 극심한 추위와 끔찍한 굶주림으로 죽어갔다.

포위 당시 약 33만이었던 독일군 병력은 생존자 9만으로 마감되었다.

전쟁은 결국 1943년 2월 독일군의 항복으로 끝이 난다.


위와 같은 역사적 사실을 작품에서 언급한 것은 바로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처절함과 정당성을 회고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엄청난 사망자를 낸 ‘독소 전쟁’은 독일이 먼저 침공한 전쟁으로 정당성을 확보한 데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신념으로 끝까지 맞서 싸워 결국 승리를 이뤄낸 소련군과 시민군에 대한 회고와 헌정이다.


<숨겨진 전투>에서 괴생명체 구울과의 마지막 전투씬은 마치 독일군과 소련군의 처절했던 당시를 재현해보는 의미처럼 느껴졌다. 팀의 리더인 중위와 대원들은 뻔히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진지를 구축하며 구울에 맞서 싸우다가 하나 둘 쓰러져 간다.


(#2/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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