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회귀 – 생활·문화편
정리하자면, 일단 글쓰기로 누군가 설득해서 바꾸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바뀌고 말고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읽은 사람의 몫이다.
나는 알고 있는데 그대가 모르고 있는 것을 딱히 가르치려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배움이란 마음가짐이 없다면 공자님을 만나서도 얻는 것이 전혀 없을 것이며,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한 사람은 눈에 반사된 빛으로 책을 찾아 읽는 고생을 스스로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만들어 가르치려 드는 일은 어리석은 것이 되고 배우려는 의지만이 가치가 있다.
이런 상관관계를 명확히 알 때야 비로소 훌륭한 스승도 제자도 성립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말과 달리 글은 기록으로 남는 것이므로 자신이 쓴 글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 따지듯 무슨 법적인 책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글과 생각에 의미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에 깊은 생각으로 얻은 의미를 충실하게 담아낸다면 애착과 책임감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또한 혼자 간직하는 글도 글이라고도 했다. 오히려 그런 글이야말로 진솔하고 꾸밈이 없으므로 좋은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과 겸손이라는 타인의 사회적 평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스스로에게 진실하고 당당하다면 타인에 의한 나에 대한 평가는 1차적으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만하라는 말이 아니라 주체적인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1차적으로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하다면, 즉 스스로 양심에 꺼림칙한 무엇이 있다면, 사회적 평가에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는 느끼지도 보지도 못하는 부족함을 지적해주는 것은 오히려 고마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말했어도 나 또한 사람인지라 욕심은 있다. 내가 쓴 글을 다른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 게다가 ‘당신 글 좋다’라고 말해준다면. 아!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색다른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우쭐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그게 글 쓰는 목적이나 이유가 아님은 분명히 하고 싶다.
사실 스스로 많이 해봤던 질문이다.
“너는 왜 글을 쓰냐? 무엇을 위해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저편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따지듯 질문을 던졌다가 거울 속에 있는 나한테 얻어맞을 뻔했다.
“그딴 걸 뭐 하러 물어! 쓸 수 있고 쓰고 싶으면 쓰는 거고, 쓰기 싫으면 마는 거지!”
그게 결론이다. 하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