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회귀 - 정치·사회편
이 글에는 심한 비속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 들리지 않는 비속어가 아니라 글로 기록된 리얼한 비속어이므로 잘 못 알아들을 리가 없는 말입니다. 또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 것이므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며칠 전에는 그 건물 집주인 아저씨랑 시비가 붙었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시간은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다. 불면증 때문에 약까지 먹고 겨우 누웠건만 화들짝 놀라서 충혈된 눈을 크게 뜬 토끼가 되고 말았다.
“야! 이런 씨벌~ 어떤 새끼가 여기다 차 세웠어! XXXX 카니발! 나와 이 씨벌 놈아!”
차량 번호를 소리소리 지르며 자신이 평소에 오토바이를 세웠던 공간에 주차된 차를 발로 텅텅 걷어찬다. 아마 어르신은 잠을 자고 있던 모양이었다. 반응이 없자 자신의 오토바이 클랙숀(이것도 개조해서 소리가 엄청나다)을 ‘뿌앙~ 뿌앙~’ 눌러댄다. 새벽에 갑자기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지나간다.
하! 정말 욕은 누가 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욕설을 겨우 참아내고 부스스 일어나서 구경 나갔다. 도대체 어떤 원시인이 이 새벽에 저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 나가보니 욕설 안 하길 참 잘했다는 비겁한 생각이 합리화됐다. 영양분이 온통 근육으로만 가고 뇌로는 조금도 가지 않은 것 같은 그 인간 도화지가 오늘도 말썽이었던 것이다.
한참 후에 차량 번호를 듣고 나온 어르신이 내려왔다. 어르신은 연세가 70이 한참 지났다. 바짝 마른 데다 지난 태풍 때 바람에 날아가지나 않을지 걱정되는 체격을 가지셨다.
그분도 재미있는 분이다. 상대에 따라서 목소리 크기가 달라진다. 건물 앞 공간에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주차를 해서 자신의 차를 댈 수 없을 때가 있었는데 노인네 치고는 제법 앙칼진 목소리로 차를 빼라고 소리치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건물 세입자인 그 양아치 앞에서는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옆 건물 옥상에서 그 상황을 내려다보던 나는 예민한 귀임에도 불구하고 귀를 쫑긋해야만 했다.
양아치는 건물 주인아저씨 차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살짝 당황하는 듯하더니, 두 사람이 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다시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갔다.
“아이~씨~ 그니까 내가 여기다 항상 먼저 대잖아요! 알면서 여기다 대면 어쩌라는 겁니까?”
“이보게… 여기가 자네 지정석은 아니잖아. 다른 곳에 대면 되지. 이 시간에 왜 소란을 피우고 그러시는가?”
양아치는 하늘을 쳐다보며 ‘후~’하고 숨을 크게 내뱉더니,
“아이~ 씨발~ 아, 집주인이면 다요? 왜 반말하고 그러시나? 요즘 반말 잘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슈?”
“자네야말로 왜 말끝마다 욕지거리인가? 그리고 지금 시간이 몇 시인가?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가?”
“참내, 당신이 내 아빠야? 선생이야? 지금 돈 좀 있다고 유세해? 나이 좀 처먹었다고 나 가르쳐? 웃기지도 않네 정말…”
목소리만큼이나 말하며 어찌나 동작을 크게 하는지 뒷모습이 딱 마동석 같다. ‘아! 저 아저씨 큰일 났네.’
나뿐 아니라 이 건물 저 건물마다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이 보인다. 집 밖으로 나와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몇 보인다. 가로등 불빛이 적절해서 마치 연극 무대 중앙에 선 두 사람 같다.
주인아저씨는 그래도 흥분하지 않고 조곤조곤 말한다. 아마 그런 모습이 양아치를 더 열받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젊은 사람이 참 버르장머리가 없구먼. 자네 바로 방 빼주게. 점잖은 젊은이인 줄 알았구먼…”
“에? 허! 뭐? 이런 씨발! 영감이 뭘 모르시나 본데, 법이 바뀌었다고. 법 몰라? 법과 원칙을 지키셔야지. 뭐 그건 알아서 맘대로 하시고, 이 차 빨랑 빼! 확 부숴버리기 전에!”
소리를 지르며 아저씨 차량을 또다시 발로 걷어찬다. 이런 실랑이는 20분이 넘어갔다. 모처럼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고 오랜 시간을 끌었다. 아저씨도 들릴 듯 말 듯 하지만 할 말 하시며 맞서는 것 같고, 양아치도 계속 소리소리 지르며 욕설을 이어갔다.
자동차 문제로 싸우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이름을 연발하는 걸 보니 역사는 좀 아는 걸까? 무슨 노래 후렴구도 아니고 시도 아닌데 두음과 각운으로 운율까지 맞춰가며 연발한다. 아무리 봐도 두둥두둥 울려대는 오토바이의 배기통보다도 더 텅텅 빈 머리를 가진 것 같은데,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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