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사고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일어나기 전에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항상 ‘대비’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실상은 허술했다는 얘기다.
세월호가 갑자기 ‘퐁당’하고 바다에 가라앉은 것이 아니듯 이번 참사도 한순간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이미 포화 상태로 길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한참 동안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인파는 계속 늘어났다. 잠시 후 여기저기에서 고함이 들리기 시작하고 넘어지거나 쓰러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엄청난 힘에 밀리던 사람들은 쓰러진 사람들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결과가 되었고, 경찰 몇 명이 아래쪽에 깔린 사람을 끌어내려했을 때는 이미 꿈쩍도 않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며 일단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했던 세월호의 그 때처럼, 이미 사고 징후가 시작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는 없었고, 잠시 후에는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사실 이번 참사 이전부터 평택 SPC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 안성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등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가 연속으로 이어졌고,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산업 현장에서 계속해서 발생한 사고도 많았다. 거기에 카카오 블랙아웃과 충북 괴산에서 발생한 지진까지… 일종의 징조가 아니었을까?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혹시 2014년 그날을 의식한 것일까? 아니면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라고 생각했을까?
사고가 발생한 지 약 4시간 만인 새벽에 상황실을 찾아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있고, 서울시장은 모든 일정을 미루고 급히 귀국하는 등 나름 신속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