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노트
나는 이 큰 도시에 사는 작은 아이
너는 먼 작은 마을에 사는 예쁜 아이
나는 별이 되고픈 소년
너는 꽃이 되고픈 소녀
나는 진실로 널 사랑하는 별
너는 별을 바라보는 눈동자
나는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걷고
너는 소박한 낙엽 쌓인 길을 걷고
나는 언젠가부터 가슴 가득 널 채웠고
너는 언젠가부터 마음 가득 날 그렸고
나는 어느 사이 꿈속에서 널 만나고
너는 어느 사이 밤차 유리창에 기대 있고
나는 일기마다 네 이야기를 쓰고
너는 편지마다 내 이름을 담았고
나는 곧 너로부터…
너는 곧 나로부터…
나는 눈을 좋아했고
너는 눈과 더불어 태어났다.
나는 사랑을 만들고
너는 애정을 만들고
나는 그리움을 쌓고
너는 외로움을 갖고
나는 모두 널 주고…
너는 모두 날 주고…
나는 네 아픔까지,
너는 내 방황까지
하지만 우린 불행하였다
지금까지 너와 나는 구분되어
늘 하나이길 바랐다.
실망도 눈물도 허락할 수 없다
사랑한 크기만큼 아프면 안 되니까
그렇게 마음먹고 살아왔건만.
우리 서로 믿음을 갖자
내 마음이 변할 때는
달이 뜨고 지다 닳아 없어질 때다
그러니 우리
하늘님도 떼어낼 수 없는
그런 사랑을 하자.
(1988.1.9. 作)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