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지막 네오 Dec 07. 2022

잃어버린 모습

나의 오래된 노트

바람 부는 거리에서 만난 아이

눈시울 빨갛게 울었던지, 불행한 아이

빨간 운동화 구멍 자랑하며 웃던 아이

찬 바람 속, 갈 곳 없던 그 아이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거리와 골목에는 검은빛 가득하고

어둠 속에서 울음소리 들려와

네온 반짝이는 군중 안에서

밤안개처럼 춤추던 그 아이

흘린 눈물은 보이지 않고

막 꺼지기 전 촛불처럼

미친 듯 흔들린다.


빨간 운동화마저 잃고

바람 골목 어귀에서

맨발로 잠들던 그 아이가

비록 덧칠 가득한 가면일지라도,

지금은 저렇게 빛나며 아름답다니!


오래전 우리 둘이서

구멍 난 운동화 이야기를

성냥불 쬐며 밤새 얘기했을 때,

네 그런 모습이 좋아

지금 네 모습도 정말 예뻐

그렇지만 오래전 모습이 그리워

잃어버린 너의 모습…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사람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