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노트
바람 부는 거리에서 만난 아이
눈시울 빨갛게 울었던지, 불행한 아이
빨간 운동화 구멍 자랑하며 웃던 아이
찬 바람 속, 갈 곳 없던 그 아이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거리와 골목에는 검은빛 가득하고
어둠 속에서 울음소리 들려와
네온 반짝이는 군중 안에서
밤안개처럼 춤추던 그 아이
흘린 눈물은 보이지 않고
막 꺼지기 전 촛불처럼
미친 듯 흔들린다.
빨간 운동화마저 잃고
바람 골목 어귀에서
맨발로 잠들던 그 아이가
비록 덧칠 가득한 가면일지라도,
지금은 저렇게 빛나며 아름답다니!
오래전 우리 둘이서
구멍 난 운동화 이야기를
성냥불 쬐며 밤새 얘기했을 때,
네 그런 모습이 좋아
지금 네 모습도 정말 예뻐
그렇지만 오래전 모습이 그리워
잃어버린 너의 모습…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