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노트
벙어리는, 벙어리는 정말 괴로워
아프도록 뭉친 말 한마디 하지 못해
그런 괴로움 내게도 있어
사랑으로 덮인 마음 한자리 전하질 못해
나는 벙어리, 나는 벙어리
방 벽면 핏빛으로 물들면
가느란 떨림으로 눈 감고 말지.
장님은, 장님은 정말 답답해
진실로 뭉친 아름다움 볼 수 없으니
그런 심정 내게도 있어
많은 말 속뜻은 보질 못해
너는 바보, 너는 정말 바보
방 창가에 빗물 흐르면
감았던 눈뜨고 텅 빈 방 떠나야지.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너 혹시 이거 아니?
말 못 해도 널 사랑하는 거…
나는 이걸 알아
너 볼 순 없지만 늘 느낀다는 거…
네 눈이 되어
세상 아름다움을 주고
그때 넌
내 마음보다 더 아름답게 고백해 줘
기쁨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며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날이 오면,
하! 진정 그날이 온다면
새로운 기쁨과 진실을 내가 알려줄 거야.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