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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Dec 08. 2022

그날을 위해서

나의 오래된 노트

벙어리는, 벙어리는 정말 괴로워

아프도록 뭉친 말 한마디 하지 못해

그런 괴로움 내게도 있어

사랑으로 덮인 마음 한자리 전하질 못해


나는 벙어리, 나는 벙어리

방 벽면 핏빛으로 물들면

가느란 떨림으로 눈 감고 말지.


장님은, 장님은 정말 답답해

진실로 뭉친 아름다움 볼 수 없으니

그런 심정 내게도 있어

많은 말 속뜻은 보질 못해


너는 바보, 너는 정말 바보

방 창가에 빗물 흐르면

감았던 눈뜨고 텅 빈 방 떠나야지.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너 혹시 이거 아니?

말 못 해도 널 사랑하는 거…

나는 이걸 알아

너 볼 순 없지만 늘 느낀다는 거…


네 눈이 되어

세상 아름다움을 주고

그때 넌

내 마음보다 더 아름답게 고백해 줘

기쁨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 모르며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날이 오면,

하! 진정 그날이 온다면

새로운 기쁨과 진실을 내가 알려줄 거야.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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