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노트
제발 그러지 마
나는 정말 울고 있는 널
보고 싶지 않아
제발 말 좀 해봐
차라리 미우면 밉다고 말이야.
제발 답답해 죽겠어
눈물 닦고 나를 좀 봐
마음 아파 견딜 수가 없어.
제발 부탁이야
날도 저물어 어둑하잖니
제발, 이제는 지쳐 서 있기도 힘들어.
네 다문 입가에는
벌써 오래전부터
무슨 말인가 하고 있잖니.
그저 바라보는 네 눈빛…
말없이 말한다.
해 뜰 때까지 이곳에서
꼼짝 않고 있어도 좋을 말을.
(1987년 11월 이후, 어느 날부터 쓴 <나의 오래된 노트>에서 꺼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