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어른들

왜요? 2

by 마지막 네오

2.

그렇다면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성인이 되어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다.

어른만 되면 궁금했던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고, 자유로워질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었다. 차라리 뭘 모르던 아이 때가 훨씬 행복했었노라 말하고 싶은 날들이었다. 세상은 그저 엄청난 모순덩어리여서 뭐라 딱 명확하게 확정 지을 수 없는 것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느낄 뿐.


알 수 없던 것들 중에서 어른이 되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는, 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좀 더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었는지 그 이유였다.

당사자가 되어보니 ‘때로는 잔혹한 진실보다 평화로운 거짓이 낫다’는 멍청한 합리화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는 항상 당당한 사람이고 싶었지만, 사회 안의 한 구성원으로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압박 앞에서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인정해버리고 말았을 때, 나 역시 나의 자녀들에게,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세상 모순적인 부조리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고, 그 작고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답이 정해져 있는 교과서적인 논리를 펴고 있던 것이다.

‘나는 자라서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바로 딱 그 지점에 내가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슬픈 일이다.


그쯤에서 갈림길을 맞이한다.

이대로 주저앉아 개·돼지로 살 것인가? 세상 부조리와 맞서 싸울 것인가?


전자를 선택하면 편하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이용당하고, 평가당하고, 차별당하고, 모욕당해도 그것을 모른다면 무조건 ‘스마일’이다. 심지어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 어떤 질문을 해왔을 때, ‘그러게… 왜 그렇지?’ 하며 답하지 못할 것이며, 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거슬러 역류하는 답답한 무언가를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귀찮고 잘 모르겠는 문제는 ‘아무려면 어떠냐, 그거 모른다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지금껏 그래왔듯이 대충대충 지나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쌓여온 그대로.


똥이 섞인 구정물에서 뒹굴어도 행복한 돼지는 고뇌하는 소크라테스를 비난할 것이다. 현실을 모르니까 당연한 일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절대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을 제외한 주위 사람들이 어리석게 보일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이만 먹고 몸뚱이만 늙어진 ‘어른 아닌 어른’이 되고 나면, 백지와 같은 순수함으로 질문하는 아이들의 질문을 감당할 길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솔직할 수 없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끄러움은 어떠한가?

마찬가지다. 자신의 어리석음도 보지 못하는 자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자, 이쯤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사람이 어쩌다 자신이 가진 부나 권력을 토대로 만일 사회지도층이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앉게 된다면 어떨까?


우주에서 혜성이 날아와 지구에 떨어지거나,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거나, 수학여행 가던 배가 바다에 가라앉는데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는다거나, 축제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불어난 인파에 압사당할 위기에 놓이거나, 심지어 핵전쟁이 발발할 위기 수준의 ‘재앙’,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솔직하고 명쾌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참된 어른이 되기 위해서, 개·돼지가 아닌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잘못된 부조리에 맞서 싸움으로써 삶의 가치와 참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아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재앙이 아닌 축복의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


이런저런 이유를 생각해보니,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명백해졌다. 다만 고달플 것이다. 온갖 시기와 질투, 핍박에 내몰릴 것이다.


광고 문구에 나오는 것처럼 활짝 웃으면서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선택은 이미 지나쳐 왔다. 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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