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분들은 왜 울어요?

왜요? 9

by 마지막 네오

9.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결국 아무것도 규명하지 못한 채 시민들의 가슴에 남았다. ‘왜 구하지 않았는가?’ 하는 짧은 물음에 답하는 이는 없었고 책임지는 이도 없었다. 결국 그들의 바람처럼 시간만 흘러 모두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가 2022년 10월 29일, 또다시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났다.

‘뻔뻔하게 굴어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는다’라는 경험을 통해 또다시 그들이 빠르게 선택한 것은, 참사 직후부터 축소·은폐하는 것과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추모, 그리고 끝없는 거짓말이었다. 아니, 이번 검찰 정권은 축소·은폐를 넘어 아예 대놓고 무시하고 방해하고 있다.


참사 유가족의 한 맺힌 절규는 이번에도 외면당했다.

이번 참사 역시 그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다.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기본적인 의구심은 그들에 의해 모두 음모론으로 폄훼되고, 온갖 협박과 강요로 무참하게 뭉개지었다.


“아빠, 저분들은 왜 울어요?”

“음… 만약에… 아빠가 갑자기 죽는다면… 우리 딸은 어떨 거 같아?”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금방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온다. 눈물은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래… 지금 네가 느끼는 그 감정. 저 사람들도 그래서 우는 거야.”


설명도 좋지만 괜한 소리를 했다 싶었다. 이렇게 예상했던 눈물인데도 딸아이의 눈물은 순간적으로 가슴을 파고들어 아프게 했다.

하물며 이것을 현실로 맞닥뜨린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건 어떻게 말로 표현이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저분들은 그저 슬퍼서만 우는 것은 아니란다. 억울해서 우는 거야.”

“왜요? 왜 억울한데요?”

“이렇게 큰 참사가 일어나면 왜 일어났는지, 그 과정을 자세하게 조사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의무에 충실했는지 등 여러 가지를 알아봐야 하지. 무엇이 어떻게 문제여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야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거 아니니? 그런데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억울하겠지?”


다행히 훌쩍거리던 눈망울은 다시 맑아졌다. 그리고 이내 초롱초롱 빛난다.


“그냥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고가 난 거 아니에요?”

“사고는… 갑자기,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대비하지 않고 예방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은 조금 다르지 않겠니? 저분들은 그저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는지, 그리고 참사가 발생한 후의 대처가 왜 엉망인지, 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것인지, 그런 것을 알고 싶은 거야.”

“사람이… 죽는다는 건… 너무 슬퍼요…”

“그래…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 정말 두 번 다시없어야 할 일이… 왜 또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아직은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서투른 아이기에 작은 아픔도 주고 싶지 않다.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만두었다. 그러나 한숨이 저절로 쏟아져 나왔다.

정작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줘야 할 사람들은 이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태원 참사뿐 아니라, 정부가 바뀐 이래 억울함을 호소하는 눈물이 늘고 있다.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에서도, 안전 운임제 법제화를 요구했던 화물연대 노동자 파업에서도, 자신들 삶의 터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 빌라왕 사건에서도, 치솟는 물가와 쪼그라든 경제 사정으로 한숨짓는 모든 서민의 눈가에도…

모두가 권력의 힘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든 압사 상태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울적한 마음으로 한숨만 내쉬다가, 오늘 이런 글을 보았다.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

[출처 : ‘전두환 시대였다면’…장제원子, 가사 논란 일파만파 | 박성의 기자 | 승인 2023.01.14 12:31]


현 대통령 최측근의 아들이 자신의 랩에 담은 내용이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각을 비판하며 꼬집는 다른 래퍼의 말에 이런 태도로 응수한 것이다. 반성은커녕 절대적인 특권 의식이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느낀다. 아직 한참 젊은 나이에 들어찬 이런 의식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고 미래를 좌우할 자리에 앉는다면!

아! 하지 말아야 할 상상을 하고 말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순간 구역질을 할뻔했다.


이런 파렴치한 의식이 과연 권력자의 어리석은 아들 개인에만 국한된 것일까? 아, 그에 대한 대답조차 듣고 싶지 않다…


참담한 마음이 선을 넘는다. 더 이상 글로 써나가기도 어려울 지경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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