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1/10

프롤로그에서 전체를 보다

by 마지막 네오
책 제목 :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출판사 : 어크로스
2020년 9월 3일 발행된 전자책

☞ 본 글에서 인용한 모든 문장은 본서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좋은 책’이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흡족한 만족감으로 미소 지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찾을 수 있었거나 또는 몰랐던 사실을 깨우쳤다거나 내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에 확신이 생겼다거나, 아니면 마음 가득 위로받았거나.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는 내게 있어 ‘좋은 책’이었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그만의 재치와 명쾌함, 품위와 유머를 버무린 문장으로 이해가 쉬우면서도 타당한 논리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저자 소개란을 통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임을 알았고,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등 주로 정치를 연계한 철학과 역사를 연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와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등의 저서 제목을 통해 생각하고 연구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책 <공부란 무엇인가>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말하는 학과 공부에 한정해서 공부를 보고 있지 않다. 학습 과정으로 본다면 대학 공부 내지 그 이후로 쭉 함께해야 할 삶 전체에 걸쳐진 공부를 말하고 있다.


‘1부 공부의 길: 지적 성숙의 과정’,
‘2부 공부하는 삶: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3부 공부의 기초: 질문과 맥락 만들기’,
‘4부 공부의 심화: 생각의 정교화’,
‘5부 공부에 대한 대화: 목마른 사람처럼 배움의 기회를 찾아야’


위와 같은 큰 목차로서, 총 5부로 나누어 공부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구체적인 흐름을 짚어가며 단계별로 심화해 가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5부는 김영민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이 부분 덕분에 따로 인터넷에서 저자를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홍보문구처럼 뻔하지 않은 저자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정치외교학과 교수답게 책의 프롤로그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 꽃은 아니다’라는 첫 글의 시작에서, 그는 ‘한국 사회는 어떤 곳일까?’라는 질문으로 책을 열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문단은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 곳이란 말인가.’로 끝나기까지 몇 줄 만에 우리 사회와 거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핵심을 요약해내고 있다.


프롤로그 전반에 걸쳐서는 설득을 위한 사실 나열을 통해 사회의 내적, 구조적 오류를 설명하면서, 그러한 오류 위에서 시스템에 익숙해져 참된 목적을 향한 것이 아닌, 이유도 잘 모르는 상태로 치닫고 있는 맹목적인 관습처럼 변화한 공부를 지적한다.


그 이유로 성취에 대한 보상보다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하는 혹독함이 강조되는 사회의 밑바탕을 냉철하게 지적하며, 어쩔 수 없는 삶의 선택지로 강요되고 있는 것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말로 풍자하고 있다.


부모의 보호 아래 유복한 환경에서 지내던 청소년기가 지나면 대부분 학생은 입시와 취업이라는 낯섦을 만나 낙하한다고 표현했다. 인생에 있어 대부분 겪는 이 변혁의 시간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가 꽃은 아니며,
학교에 다닌다고 다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입시생으로 혹은 취업 준비생으로 이제 학생들은,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노력보다는
삶을 그저 살아내기 위한 노력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자체가
삶이라는 점을 망각하게 된다.
즉 삶을 현재와 동떨어져 전개되는 무엇으로 보도록 길들여진다.
그러나 그들이 탄 급행열차의 종착지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단 말인가.”


삶에서 괴리된 공부, 그것은 진리 탐구의 영역이 아니라 생존과 경쟁의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는 경고다.

공부를 ‘사회적 계층이동’의 틀에 가둬버린 사회에서, 변질된 공부와 마주해야 하는 젊은 청춘들에 대해 안타까움도 잊지 않았다.


“나중에 돌이켜본 자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
기껏 수능 시험을 얼마나 잘 보았나,
혹은 얼마나 명문 대학에 입학했는가, 정도라면
그것은 그보다 흥미로운 지적 체험이 없었다는
자기 고백일 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의미한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을 때 돌아오는 공허감’ 때문에 강력한 타자(他者)를 갈구하게 되고, 이는 곧 사회를 좀먹는 사이비 지식인이나 종교 지도자나 독재자가 번성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공허한 삶에 이르는 사회적 악순환으로 접어들게 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의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절망적인 현실만 존재하는 건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프롤로그 말미엔 이렇게 적혀있다.


“대학이나 시민사회가 피어나지 못한 탁월함의 묘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사막화가 한창 진행 중인 오늘날,
무성한 대학 입시 논의만큼이나
이제 대학에 가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성숙한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논의할 때가 되었다.”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먼저 현실을 직시하여 공부가 왜 필요한지부터 설명함으로써 공부해야 하는 당위성을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또한 이미 공부 자체의 본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담으면서, 동시에 단 한 번뿐인 찬란한 젊은 시절에 조금이라도 일찍 깨우쳐 배우길 바라는 간절함도 담겨있다. 교육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탄탄함과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글이었다.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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