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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an 27. 2023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3/5

현재에서 돌아본 그 시절 1

☞ 리뷰라기보다 평론에 가깝습니다. 영화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실 ‘도토리 키 재기’요, ‘우물 안의 개구리’였지만, 1987년 한국 영화 흥행 1위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던 영화가 바로 이규형의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이다.


2023년 1월,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게 영화냐?’ 할만한 수준의 작품이다.

유치한 데다가 말도 안 되는 구성, 도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진행과 결말, 딱 두 가지 남녀 목소리로 획일화된 배우들의 목소리 등, 최악의 영화로서 모든 걸 다 갖췄다고 봐도 무방할 영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영화 역사의 어느 지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이라는 점, 젊은 청춘들의 생활을 코믹하고 건강하게 그려내려 시도했다는 점, 당시 시대상을 바탕으로 청춘들의 모습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는 점 등 어렵게라도 긍정적인 몇몇 가치를 찾아본다.


그 시절 하이틴 스타가 월드 스타를 거쳐 이제 고인이 되기 시작한 오늘날에, 그 시절, 그들이 말하는 낭만이나 청춘의 이미지가 오늘의 그것과는 사뭇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도 지난 과거의 문화로써 현재에 불러내 비교하며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쓸데없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편안하게 영화를 통해 흥미로울 부분을 찾아 이야기로 풀어보자.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가 극장에서 개봉된 1987년은 어언 36년 전이다. ‘혹시’하고 계산해 봤지만 ‘역시’하며 씁쓸해진다. 언제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싶다.


영화에서 보는 서울 시내 모습이 낯설다. 추억과 기억, 회상 속에 머무는 실제의 과거는 늘 그렇게 다가온다. 가슴 설레는 요소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 지나버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그리고 돌아갈 수도 없는 회색 시간으로 자리하는 그것은 그저 쓸쓸하다.


영화에서는 시내버스 요금이 현금으로 낼 경우 130원이다.

현금으로 낼 경우? 다른 무엇으로 버스 요금을 냈다는 얘기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응당 카드나 스마트폰을 떠올리겠지만, 그때는 현금으로 버스비를 낼 경우 130원이고, 현금이 아닐 경우에는 당연히 ‘버스 토큰’을 냈다. 간혹 학생들은 ‘회수권’을 이용하기도 했다.


지금 ‘토큰’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 가상 지갑이나 블록체인과 관련된 기술적인 의미의, 아직은 전문 영역에 속한 토큰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아! 약 30년 만에 쓰임이 달라진 단어 중 하나가 ‘토큰’이구나” 한다. “그땐 버스 요금을 현금으로도 냈었지! 그것도 겨우 130원!” 하면서 놀란다.


오래된 영화를 보는 묘미랄까.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를 보면 이런 장면이 많다.


철수와 미미, 그리고 보물섬이 카페나 커피숍, 주점 등에서 만나는 장면이 많은데, 그 시절에는 이런 장소에서 흡연이 가능했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할 장면이다.

게다가 그들은 청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있다. 당시에는 대학생의 상징이자 이미지기도 했다. 거기에 학과를 나타내는 책 한 권이라도 들고 있으면 주변에서 동경의 시선으로 쳐다보곤 했다.


호출기로 알려진 ‘삐삐’조차 없던 시절이라 친구나 연인에게 연락할 때 주로 전화를 이용했다. 또 직접 얼굴을 보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쪽지나 손 편지를 주고받았다.


영화에선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벨 소리가 울리는 묵직한 기계식 전화기를 볼 수 있다. 집집마다 놓인 이 묵직한 기계식 전화기는 서울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그 시절 서울을 벗어나 약간만 아래로 내려가도 집에 전화가 있는 집은 그리 많지 않았다.


(#4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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