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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an 27. 2023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4/5

현재에서 돌아본 그 시절 2

☞ 리뷰라기보다 평론에 가깝습니다. 영화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런 설정이 당연한 모습인 것처럼 받아들여진 데는 감독이나 배우들의 현실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규형 감독을 비롯해 강수연 배우와 박중훈, 김세준은 모두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 또는 아직 젊을 때, 일찍이 연예계와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 영화에 캐스팅되었을 무렵에는 모두가 인지도를 높이며 주가를 올리기 시작한 때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 전체를 덮고 있는 서울 중산층의 생활은 그 시선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이라는 설정상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아직 자립하지 못한 그 시대의 학생을 표현하고는 있지만, 미미나 철수네 집은 어느 정도 사는 모습이다. 보물섬의 경우에는 고리타분한 설정이긴 하지만 가난을 이겨내고 공부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모두 사실 비현실적이다.

그 시절을 살아온 나로서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 없는 설정이 많다는 말이다.


대다수 역사적 기록들이 왕이나 왕족 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나 학문적으로 공헌한 인물들에 대한 기록만 남아있다는 점도 아쉽지만, 더 문제는 이 영화에서처럼 그나마 기록으로 남겨지는 과정에서 다수의 실제보다 소수의 특별함이 일반적인 생활상인 것처럼 남겨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다수가 가졌던 생활상이나 생각보다 몇몇 소수 지배층의 논리가 정당화되면서 후세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는 그 시대 젊은 청춘들의 밝고 쾌활한 이미지를 담으려 했다. 그리고 철부지 시절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올바른 어른으로 각성해 간다는 뻔한 스토리다.

그러나 이런 뻔한 스토리가 그 시대의 청춘을 대표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오히려 그 시절을 대표하려면 그 시대 청춘들의 방황과 고민이 있는 그대로 묘사된 작품이어야 한다.


나 역시 그 시절에 청춘을 지나쳐 온 한 사람으로, 영화에서 표현된 감독의 이런 시선은 대중적 희망 사항을 대리 만족시켜 주며 상업성에 물타기 하는 고전적 수법에 지나지 않다고 본다.


한 시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있는 사실 그대로를 담아내면서도 영화적 구성과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영화감독의 고민이어야 한다.


사실 그대로를 담아내면서 현실의 문제를 꼬집으며, 동시에 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재미를 버무려낸다는 건 어렵다. 특히 교훈적이거나 변화를 꾀하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면 더욱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드라마든 간에, 대중매체로서 영상 미디어를 통해 인간 삶에 스며들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예술적 차원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그것이 작품이 갖는 가치이자 목적이며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역사적 기록물에 앞서 대중적 인기와 상업성에도 어느 정도 편승할 수밖에 없는 영화일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영화의 오락적 재미라는 점에서 좀 더 관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에서는 젊은 시절의 최양락이나 전유성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유치한 코미디의 절정에 있는 최양락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으로 어쩔 수 없이 더 촌스럽게 느껴지면서 정말 가관이다.


개인적으로 전유성이나 최양락의 개그를 싫어하진 않는다. 우리나라 초창기 개그맨으로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건 그들이 그만큼 노력해 왔다는 증거다. 어렵고 힘든 시절, 그들로 인해 그나마 웃을 수 있지 않았던가. 오히려 감사하다.


다만 열심히 연기한 배우들의 열정과는 상관없이, 당시에 영화의 인기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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