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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Feb 05. 2023

이오에서 생긴 일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 1/2 - 러브, 데스 + 로봇 시즌3(2022)

√ 스포일러가 엄청납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제목 : 러브, 데스+로봇 시즌3 중에서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The very Pulse of the Machine)

크리에이터 : 팀 밀러, 데이비드 핀처, 제니퍼 밀러, 조시 도넌
제공 :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년도 : 2022년, 총 9화 완결
장르 : SF, 스릴러, 호러
등급 : 성인용

이오 행성을 탐사 중인 키블슨과 버턴. 탐사차를 타고 가다가 갑작스러운 유황 폭발로 사고가 발생한다.

정신을 차린 키블슨은 동료 버턴이 이미 죽었음을 확인한다.

탐사차는 뒤집혀 고장 났고, 본부 오비탈과는 통신 장애로 연결되지 않는다.

키블슨은 버턴의 시신을 끌고 착륙선까지 걸어가려고 마음먹는다. 산소부족과 부상 때문에 주입한 모르핀으로 인해 환각이 보이고 환청이 들린다.

환각과 환청은 점점 심해지지만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모르핀을 더 주입하는 키블슨. 환청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명확해진다.

키블슨은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Netflix

에피소드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은 시즌1의 <해저의 밤>과 여러 가지로 유사한 작품이다.

두 사람이 미지의 장소에서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겪게 되는 비극적 결말을 그리고 있다는 점,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판타지가 펼쳐지면서,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애니메이션만의 특성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 대단히 예술적인 영상미와 더불어 철학적인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키블슨은 버턴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이달로스 분화구를 구경하기 위해서 지름길을 달린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유황 분출로 인해 사고가 나고, 버턴은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눈앞에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분투해야 하지만, 눈앞의 위기 상황보다 더 두렵게 작용한 것은 어쩌면 심리적인 압박이었을지 모른다.

그것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키블슨은 얼마 남지 않은 산소와 다친 몸, 길게 걸어가야 할 길, 동료의 시신을 모두 감내하고 목적지를 향해 나선다.


낯선 행성을 홀로 걷는 길. 이런 상황에서 키블슨이 느끼는 죄책감은 어땠을까?


죄책감은 고통이다. 육체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모르핀을 투여하지만, 정신적 고통을 줄여주지는 못한다.

충격과 죄책감, 두려움과 공포가 얽히고설키면서 환청과 환각에 사로잡힌다.


외계행성이라는 공간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어떤 현상이 생겨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공간이다. 때문에 작품에서는 이러한 점을 복합적인 용도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키블슨이 느끼는 환각이나 환청 증세는 그녀의 죄책감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이오라는 행성의 비밀과 연결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전개된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된 행성 ‘이오(Io)’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목성에 딸린 위성 중 세 번째로 큰 위성이며, 지름이 3,642km로 태양계에서 네 번째로 큰 위성이다.

‘이오’라고 작명한 사람은 독일의 천문학자 시몬 마리우스(Simon Marius, 1573~1625)이다. ‘이오’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연인 중 한 사람이자 헤라의 여사제 이름이다.


이오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610년에 처음 발견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주과학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오는 400개 이상의 활화산을 가졌으며, 화산활동이 활발하다. 화산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목성의 다른 위성인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가 서로 밀고 당기는 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조석 가열’ 때문이다.

화산의 폭발 규모가 상당히 커서 상공 500km까지 화산 분출물이 솟아오른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실제로 화산 분출물들이 목성에 엄청난 크기의 플라스마 고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플라스마(plasma)’란 물리학이나 화학 분야에서 디바이 차폐(Debye sheath)를 만족하는 이온화된 기체를 말하는 것으로, 고체, 액체, 기체에 이어 4번째 상태를 말하며, 원자핵과 자유전자가 따로따로 떠돌아다니는 상태로 존재한다. 우주를 이루는 물질 중에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의 99%가 플라스마로 이루어져 있다. 전기전도도를 가지는 전하를 띤 입자들의 집합체로, 외부 전자기장에 집합적으로 반응한다는 특성이 있다. 이오의 핵은 철과 황화철로 이루어져 있으며, 온통 유황으로 덮인 위성이다.

[참고 및 출처 : 위키백과: 이오, https://ko.wikipedia.org]


사실 이 작품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제목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은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원작자는 아마 위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설의 배경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은 거기에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상상력을 영상화함으로써, 거대한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로 묘사되고 있는 이오의 모습을 신비롭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를 읽고,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며, 시까지 읊조리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SF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쓰이는 시(詩)의 쓰임새다. 묘한 조화를 이루며 애니메이션의 메시지를 하나의 예술작품에서나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2/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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