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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Feb 11. 2023

패밀리 맨(2000) #2/3

선택의 기로

☞ 내용 자체가 미리보기 수준입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기적이 이루어진다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의 낯선 만남.

이 플롯은 이제는 고전이 된 찰스 디킨즈의 소설을 영화화한 <크리스마스 캐럴>(1984)로부터 이어져 온다. 욕심쟁이 노인 스크루지가 동업자 유령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참회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 <패밀리 맨>도 전체적인 맥락은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이와 비슷한 영화는 많다. 맥컬리 컬킨을 대부호로 만들어준 영화 <나 홀로 집에>(1990)는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며, <러브 액츄얼리>(2003)는 영화도 대표적이지만 OST를 통해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영화로 남았다.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 <스위치>(2023)는 이 영화 <패밀리 맨>을 표절했다는 소음에 시달리기도 했다.


어쨌든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특징은 기적 같은 일을 겪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는 모두 <크리스마스 캐럴>의 아류작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캐쉬와 어색한 만남 후에 잭은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모든 것이 바뀌어 있다. 맨해튼 펜트하우스에서 잠들었건만 눈을 떠보니 뉴저지 교외에 있는 어떤 집이다. 그뿐 아니라 잭은 케이트와 결혼해 두 아이를 둔 가장이 되어 있었다.


당황한 잭은 맨해튼의 집과 회사로 달려가 모든 것을 바로잡아보려 하지만, 크리스마스 장난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모든 것이 뒤바뀐 현실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잭은 회사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다. 그때 잭이 몰던 페라리를 몰고 캐쉬가 나타난다. 캐쉬는 잭의 질문에 다 대답해 줄 것처럼 굴지만, 잭의 폭풍 질문에 “당신이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 깨닫는 순간까지”라는 하나 마나 한 대답을 하곤 다시 사라져 버린다.


영화에서 캐쉬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매번 마법사나 천사, 산타클로스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차림새로 나타나 필요한 역할만 하고 사라진다.


어쩔 수 없이 뉴저지의 집으로 돌아가려던 잭은 집을 찾아 헤매다가 집 근처에서 친구 어니를 만나 그의 집에 들어선다. 마치 캐쉬의 미흡했던 설명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 친구 어니는 잭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영화는 비중 없이 잭의 친구로 등장하는 어니 역시 잭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 중에 하나임을 일깨운다. 어니는 동네 미녀의 불륜적 유혹에 흔들리는 잭에게 가차 없이 냉정한 충고를 던지는 좋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잭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케이트와 함께 참석하기도 하고, 아들 조시의 똥 기저귀를 갈고, 딸 애니를 학교에 데려다주기도 하는 서민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잭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상력이 풍부한 애니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생활에 점차 익숙해진다.


케이트의 생일날 노래를 불러주는 자신의 비디오를 보며 눈물 글썽이는 잭. 자신이 놓친 무엇인가에 대한 아쉬움에 눈물짓는다. 그런가 하면 잭은 결혼기념일을 챙기지 못해 케이트에게 실망을 주기도 하는데, 뉴욕에서의 멋진 저녁과 호텔 예약으로 만회하기도 한다.



가족의 삶을 영화의 정해진 러닝타임 내에 다 담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상징적인 장면만 선택적으로 집어넣는다고 해도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도 아마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몇몇 대표적인 장면을 넣는 것으로 더 이상 욕심내지 않는다. 그래서 갑자기 생겨난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충실한 잭보다는 잭과 케이트 사이에 소소한 갈등이나 견해 차이에 더 많은 필름을 할애했다. 스토리 전체를 이해해 나가는 데에는 그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타이어 펑크로 빅에드 타이어 매장을 찾아온 라지터 회장을 알아본 잭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하여 라지터의 호감을 얻는데 성공한다. 라지터는 자신의 차를 잭이 직접 회사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회사에 방문한 잭은 본인의 강한 설득력과 기억을 바탕으로 라지터 회장과 앨런을 설득해 PK라지터 투자회사에 입사할 수 있게 된다.


잭은 회사에서 지급된 궁전 같은 큰 집을 케이트에게 보여주며 새로운 미래를 역설하지만, 케이트는 현재의 행복한 삶을 잃을까 걱정하며 달가워하지 않는다. 케이트는 잭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난 우리를 선택할래”라고 말한다.

잭은 다시 풍요로운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가족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 잭이 생각하는 행복과 케이트가 소망하는 행복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잭은 경제적 부유함이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하는 반면, 케이트는 가족 간의 유대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과한 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케이트의 생각은 가장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잭의 생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장면은 행복이란 필요 이상의 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 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일깨우고 있다. 소박한 생활 안에서 유대하며 만족하는 삶이 곧 가족이고, 행복이라는 말이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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