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그들의 시작 곡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by 마지막 네오

02. 그들의 시작 곡


[봄여름가을겨울] 1집 <봄여름가을겨울> (1988/동아기획)
김종진(기타, 보컬), 전태관(드럼)
세션 : 송홍섭(베이스 기타), 한충완(키보드), 황수권(키보드)


먼저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1집 앨범의 첫 곡인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김종진 작곡)을 들어보자. 그들의 시작을 알리는 연주곡이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1집의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첫 시작 부분에서부터 요란하게 치고 나오는 드럼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이어지는 기타의 멜로디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젊은 김종진의 자신감이 선율에 그대로 묻어있다. 마치 자기 마음에 흐르는 선율을 그대로 다 기타로 표현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

변화무쌍한 데다 눈을 감으면 영화의 한 장면이 그려지는 멜로디가 전자기타와 드럼 그리고 퍼커션 외에 각종 타악기와 어우러져 있다.

순수하게 미국적인 음악도 아니고 국내에서는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이전에 함께 했던 김현식의 음악 스타일과도 다르고, 라틴적인 음색도 느껴지면서 동시에 흑인 재즈와 살짝 아라비아 음악 같은 멜로디도 느껴진다.

특히 베이스 기타의 진동은 이들의 음악적 색깔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처음 들었을 때는 ‘어, 뭐지?’ 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곡이다. 명작 고전이 그러하듯이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

첫 앨범의 첫 곡, 심혈을 기울인 흔적, 실험적인 노력. 거기에 김종진의 자신감에 찬 열정과 전태관의 밝은 유쾌함까지 느껴지는 그런 곡이다.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는 라디오나 TV를 통해 자주 들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보다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도록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록과 포크에 주로 치중된 편이었다면, 80년대 들어서는 AOR 계열의 어덜트 팝, 뉴 웨이브, 신스 팝, 팝 록, 발라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등장과 함께 영미권 팝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시기가 바로 이때였습니다. …(중략)… 그중에 방배동 쪽에 위치한 파블로라는 공간이 있었는데 당시 국내 뮤지션들의 라이브, 그리고 음악 감상실을 겸했던 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 함께 모였던 이들이 피아니스트 김광민, 정원영, 고(故) 김현식의 백밴드였던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전태관, 장기호, 박성식, 지금은 세상을 떠난 유재하 같은 분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마이클 프랭스나 데이빗 샌본, 토토, 스틸리 댄, 밥 제임스, 크루세이더스, 빌리 조엘, 두비 브라더스, 퀸시 존스, 알 재로우 같은 팝과 재즈(특히 팝 퓨전 계열의 음악)의 중간 지점 음악들에 심취해 찾아 듣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그렇게 음악을 들으며 또 직접 악기를 다루고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통해 이전 국내 가요에서 볼 수 없었던 경향을 조금씩 만들어가기 시작했죠.”

(출처 : 편집장 김희준, 「MM JAZZ」 2022년 8월호, p.16)


2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그룹 [빛과 소금]에 대한 소개 글 중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워낙 자세한 설명이니 따로 거들 것이 없다.


위의 글에서 거론되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쟁쟁하다. 그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외국 뮤지션들은, 지금은 대부분 전설이 된 사람들이라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따로 몇 권의 책을 써야 할 것이기에 제외한다. 또 그들이 누렸던 대중적인 인기도 제외한다. 그러고 나서 순수하게 음악적인 부분만 따져보더라도 이들은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물결로서 이전에는 없던 음악으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그럼 1집의 두 번째 곡 <헤어지긴 정말로 싫어>를 들어보자.


헤어지긴 정말로 싫어

– 김종진 작사/작곡

멀어지는 그대의 음성
혼자 남는 텅 빈 공허함에
헤어지기는 정말로 싫어
창밖을 바라보면 아직 있을 것 같아
어디에 있나 나의 행복은
어디로 갔나 나의 기쁨들
떠날 때는 아쉬움이
보낼 때는 허전함이 남아

뒤돌아보는 그대의 눈길
식어가는 그대 체온에
혼자 남기는 정말로 싫어
그 길을 걸어가면 문득 만날 것 같아
어디에 있나 나의 행복은
어디로 갔나 나의 기쁨들
떠날 때는 아쉬움이
보낼 때는 허전함이 남아
떠날 때는 아쉬움이
보낼 때는 허전함이 남아
우리들의 얘기는 너무도 많아
그 많은 순간들 모두가 가슴을 찡하게 해
떠날 때는 아쉬움이
보낼 때는 허전함이 남아
떠날 때는 아쉬움이
보낼 때는 허전함이 남아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1집의 <헤어지긴 정말로 싫어>


가사가 있는 첫 곡이다.

김종진은 비음에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마치 방금 잠에서 깬 사람이 노래 부르듯 노래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는 ‘뭐야, 뭐라는 거야?’라며 짜증을 냈던 거 같다. 하지만 내가 이 어눌한 창법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줄은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노래라는 것은 참 희한한 점이 있다. 목소리를 날카롭고 크게 낸다고 해서 잘하는 것도 아니고 허스키하거나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다.

가왕으로 불리는 조용필이나 누가 봐도 스티비 원더의 창법을 따라 하는 김건모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비음이 섞인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요즘이야 밀리언셀러 가수가 흔하지만, 두 사람은 엄청난 기록을 가진 가수들이다.

그런가 하면 <복면가왕>을 뒤집어 놓았던 하현우는 어떤가, 그의 고음은 가히 전성기 시절의 김경호를 능가하는 목소리다. 흐트러지지 않고 극한의 소리로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또한 거친 듯하지만 목소리 자체가 한 편의 시(詩)라고 말할 수 있는 윤시내나 한영애의 목소리는 다른 가수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영역에 있다. 또 한대수나 이소라의 음색도 개성 하면 빼놓을 수 없다. 신해철, 이상우, 이승환, 이상은도 목소리의 개성을 말하고자 한다면 거론하고 싶은 이름들이다.


물론 가수들을 줄 세워 순위를 매긴다는 발상조차 너무 바보 같은 일이지만, 개별적인 개성에 따른 찬사는 마음껏 보내고 싶다. 전인권이나 김현식, 임재범, 이승철 등 자기만의 네임 벨류를 가진 가수들의 창법은 하나같이 개성 있고, 자기의 음악에 묘하게 스며들어 세상에 다시없는 ‘오리지널’이라는 가치를 창출한다.


즉, 반드시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만이 좋은 목소리의 기준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솔직히 말해서 김종진의 보컬은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음악과 어우러지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전달하는 데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으며, 자신의 곡 안에서 어우러짐을 통해 내놓은 작품은 ‘오리지널’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꼈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김종진과 이승신이 함께 출현해서 부부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예능이 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본 적은 없다. 이후 유튜브에서 이승신이 김종진에 대해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승신은 김종진이 타고난 로맨티스트라고 강조했다.

이 곡 <헤어지긴 정말로 싫어>를 비롯한 [봄여름가을겨울]의 몇몇 곡은 그런 로맨티스트 김종진의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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