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의 3집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에는 트랙 번호가 무려 14개나 된다. 그렇지만 이어 나오는 곡의 인트로 역할을 하는 곡들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열 곡이다.
3집 앨범에도 미치도록 아름다운 연주곡이 들어있다. 앞서 소개한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을 포함해 총 세 곡의 연주곡이 들어있는데,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이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멋진 퓨전재즈 연주를 보여줬다면, 마치 시의 문구 같은 <나 모르는 한적한 곳에서>라는 제목의 연주곡은 잊고 살던 오래전 기억이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올랐을 때, 가누기 힘든 감정이 순식간에 가슴으로부터 온몸으로 퍼져가는… 그런 느낌을 준 연주곡이다.
마지막 연주곡은 <내게 만약>이라는 곡이다. 몽환적 분위기에서 점차 커지는 타악기 소리로 시작한다. 타악기는 퍼커션인지 아닌지, 정확히 어떤 악기인지 잘 모르겠다. 이후 이어지는 색소폰과 건반의 현란한 연주가 경쾌하게 이어지다가 다시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가면서 끝맺는 연주곡이다. 재즈의 특징이 많이 보이지만 새로운 음악적 시도가 아니었나 싶은 곡이었다.
연주곡이 아닌 노래로 다시 돌아오면 <그대 사진에 입맞춤>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곡을 얘기하면서 늘 논란거리가 되는 김종진의 보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자 한다.
김종진의 노래 실력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다. 목에 힘을 주는 방식으로 소리를 내다보니, 젊은 시절에는 제법 독특한 목소리가 나왔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실제로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았다.
<그대 사진에 입맞춤>이라는 이 곡 역시 김종진의 독특한 보컬이 돋보이는 곡이지만, 템포가 다른 곡들에 비해 빠르기도 하고, 대중적이지 못해 콘서트에서 거의 불리지 않은 곡이다.
텁텁하다고나 할까, 아니 지금 현시점에서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좀 답답한 면까지 있는 목소리로 소화해내기 어려운 곡이다. 3집 앨범 녹음 당시에도 여성 코러스가 함께 부른다.
개인적으로서, 또 펜으로서 참 안타까운 일이다. 발성법이 목에 무리를 줬고, 고음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해버린 가수라니.
사람들이 나에게 여러 가지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좋다. 그들의 연주는 김종진의 목소리가 상했음에도 빛난다. 연주 실력은 오히려 예전에 비해 더욱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변했다. 난 음악을 듣는다. 물론 김종진의 목소리가 노화되지 않았더라면 더욱 좋았겠으나, 세월에 장사 없다.
<그대 사진에 입맞춤>의 감미로운 멜로디를 지나면 <don’t do that, burt>라는 짧은 곡이 지나치듯 나온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미국 만화영화 <심슨 가족>에서 나왔던 대사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하지 마! 버트”라는 뜻으로 심슨 가족의 문제아 바트 심슨에게 잔소리처럼 던지는 대사다.
미국의 TV 애니메이션의 대표 격인 작품을 인용한 의미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3집 앨범이 한국 최초로 미국 스튜디오에서 전체를 녹음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와 같이 [봄여름가을겨울] 3집 앨범은 매우 대중 친화적인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매우 미국적이다. 정확하게는 뉴욕의 감성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뉴욕이라는 배경과 도시적 색채가 강하고, 음악 스타일도 거기에 많이 맞춰져 있다.
이어지는 <아웃사이더>는 그런 색채에 김종진 특유의 마초적인 감성과 철학적인 해석이 더해져 있는 곡이다.
먼저 마초적이라 함은 곡 자체의 스타일을 말한다. 이후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에는 이와 유사한 곡이 몇 있다. 김종진이 어느 콘서트에서 남긴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공격적인 여자가 좋더라”. 물론 웃자고 한 말이긴 하겠지만, 김종진의 마초적인 특성이 엿보인다.
<아웃사이더>는 곡을 쓴 사람의 성격이 아주 잘 묘사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이나 명예 따위보다 자신만의 철학을 고집하며, 남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우리나라 대중음악 계에서 음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기에 편승하게 되는 유혹을 받을 수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을 남자의 화법으로 말하고 있는 곡이다.
– 김종진 작사/작곡
더부룩한 머리에 낡은 청바지
며칠씩 굶기도 하고
검은색 가죽점퍼 입고 다녀도
손엔 하이데거의 책이 있지
다들 같은 모양의 헤어스타일
유행 따라 옷을 입고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은
개성 없어 보여 싫지
그것은 세상 어느 곳엘 가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잖아
누구의 이해도 바라지 않고
지난 일에 집착하지 않아
아무도 이해 못 할 말을 하고
돌아서서 웃는 나는 아웃사이더
명예도 없고 금전도 없어
자존심이 있을 뿐이야
퀭하니 검게 반짝이는 눈은
로트랙의 그림을 보네
그것은 세상 어느 곳엘 가도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잖아
누구의 이해도 바라지 않고
지난 일에 집착하지 않아
아무도 이해 못 할 말을 하고
돌아서서 웃는 나는 아웃사이더
누구의 이해도 바라지 않고
지난 일에 집착하지 않아
아무도 이해 못 할 말을 하고
돌아서서 웃는 아웃사이더
누구의 이해도 바라지 않고
지난 일에 집착하지 않아
아무도 이해 못 할 말을 하고
돌아서서 웃는 나는 아웃사이더
그런가 하면 이어지는 <혼자라고 느낄 때>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이 느끼는 대중 속의 외로움을 말하고 있다. 느낌은 <외로운 사람들>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보다 개인적인 감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이 곡은 특히 끝부분의 코러스가 매우 인상적인 곡이다. 앞부분의 노래를 듣지 않고 뒷부분의 코러스만 듣는다면 마치 외국 뮤지션의 노래 같다.
철학적인 생각을 가사에 많이 담다 보니 노래 가사를 음미하는 재미도 배가 되었다.
(#10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