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 3집 앨범의 가사가 있는 노래로서는 마지막 곡인 <외로운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곡이다.
바로 앞서 얘기한 <혼자라고 느낄 때>와 가사의 느낌상에서 유사하지만, 매우 시적인 감각으로 그려냈다.
도시에서 사람들과 더불어 생활하는 현대인이지만, 정작 혼자가 되면 더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개인 심리를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표현한 명곡이라 하겠다.
– 김종진 작사/작곡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이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
비라도 내리는 쓸쓸한 밤이면
남몰래 울기도 하고
누구라도 행여 찾아오지 않을까
마음 설레어 오네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거리를 거닐고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밀려오는 외로운 파도
우리는 서로가 외로운 사람들
어쩌다 어렵게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헤어지기 싫어 혼자 있기 싫어서
우린 사랑을 하네
[봄여름가을겨울] 3집 앨범이 미국 본토의 프로듀싱과 음악적 기술력의 도움을 받아 도시 색채를, 그것도 미국적 색채를 강하게 표현하면서 대중적인 음악을 위주로 했다면, [봄여름가을겨울] 4집 앨범 「I Photograph to Remember」는 다시 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곡의 주제도 다시 그리움이나 기억, 추억, 회상과 같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원래 화법으로 회귀했다.
[봄여름가을겨울] 4집 앨범은 1993년 6월 1일 발매됐다.
[봄여름가을겨울] 4집 <I Photograph To Remember> (1993/동아기획)
김종진(기타, 보컬), 전태관(드럼)
세션 : Robert Aries(키보드), Jeff Ganz(베이스 기타), Chris Parks(베이스 기타), Andy Snitzer(색소폰), Joe Bonadio(퍼커션)
미국 뉴욕 에크미(ACME) 스튜디오
[봄여름가을겨울] 4집 앨범은 고인이 된 전태관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던 앨범이기도 하다. 3집에서 보여주었던 기존 기법을 탈피하여 새롭게 펑키와 재즈, 락 등과 레게, 람바다에 이르는 음악을 퓨전 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첫 연주곡인 <말 없는 인사>는 연주 시간은 길지 않지만, 퓨전재즈 연주 기법의 총체라고 할만한 요소가 다 들어있는 곡이다.
영화 화면 앵글처럼 높은 지점에서 땅 위를 내려보는 상상을 한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도시의 네온사인 찬란한 거리 이곳저곳을 비추며 거기에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현란한 색소폰 연주와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의 어우러짐에 저절로 비트를 맞추며 고개를 까딱까딱할 법한 연주곡이다.
여기까지는 내 개인적인 느낌을 형상화한 상상에 불과하고, <말 없는 인사>라는 제목과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보건대, 아마도 사람 많은 도시에서 스쳐 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시선에 대한 인식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말 없는 인사>는 이어지는 <알 수 없는 질문들>로 진입하기 위한 인트로 느낌도 있다. 앨범에서 이어지는 부분을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말 없는 인사>에서 쉬지 않고 바로 <알 수 없는 질문들>로 이어진다. 곡의 분위기는 거칠어지고 창법도 마초적인 감성이 더 강하다.
연주곡 <말 없는 인사>에서 <알 수 없는 질문들>로 이어지는 음악에 대한 느낌을 다시 표현해 보면, 카메라 앵글이 거리 이곳저곳을 비추다가 어느 건물의 한 창문으로 날아 들어가며 책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긴 한 사람에게 이르러 멈추는 식이다. 그러면서 주위는 소음으로부터 격리된 듯 조용하다. 그는 친구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있다.
<알 수 없는 질문들> 역시 3집과 유사한 철학적 감성을 담고 있다.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사회 그리고 도시 구성원으로 자리한 현대인의 고뇌, 특히 감정에 대한 진솔함에 불안해진 심리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1집과 2집에서 3집을 거치면서 가장 달라진 부분 중 하나가 가사의 내용적인 변화다.
[봄여름가을겨울] 4집 앨범은 퓨전재즈로 시작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자신들의 색깔을 덧입혀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
특히 <디밥>이나 <페르시아 왕자>, <전도서> 같은 곡들은 정말이지 이보다 더 완벽하게 음악적으로 퓨전이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만큼 특색 있는 곡들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거의 모두 김종진 혼자 작사, 작곡, 편곡을 했다. TV 예능 방송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가 전태관에게 “너무 날로 먹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자, 전태관은 작사, 작곡을 제외한 밴드 운영의 나머지 모든 것은 자기 몫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은 이런 이유로 장단점을 한꺼번에 갖는데, 먼저 장점은 밴드의 색깔이 반영된 일관성 있는 음악이라는 점이고, 이 점은 동시에 그 음악이 그 음악 같이 들릴 수도 있다는 단점이기도 하다. 아마 김종진도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에 또는 개인의 음악적 확장을 위해서 4집 앨범에서는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3집과 4집 앨범을 거치면서 동료 가수들의 도움을 받아 코러스나 화음을 집어넣은 경우도 많이 보인다.
이후로 콘서트나 TV 출연 등에서 선보이는 음악도 같은 곡을 음반에 수록된 형태가 아니라 새롭게 편곡해서 연주하기도 했다.
뮤지션이 나이가 들면 다른 생활 습관처럼 음악도 한자리에 고인다. 비단 음악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창작의 한계가 한 개인 생각 안에 머물러 있을 때 더욱 명백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 김종진의 아내 이승신이 남편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에서 이런 대목이 나온다. 새로운 곡을 만들기 위해서 남편이 작업실로 내려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기 때문에 자신이 알람처럼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건들건들하며 편안하게 음악을 즐기기만 했던 나로서는 부끄러운 느낌도 들었다. 한 곡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자서 기타를 치며 코드를 적어 내려가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시간을 잊고 거기에 몰입해 자신의 마음에 드는 음을 찾아내고 전체적인 하나의 곡으로 완성해내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봄여름가을겨울] 4집 앨범은 ‘완벽한 음악으로의 회귀’를 이루지만 대중적인 흥행에는 실패하고 만다.
<잃어버린 자전거에 얽힌 지난 이야기> 역시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와 유사한 느낌이지만 좀 더 밝고 낭만적이다. 이 곡은 김종진 특유의 소재인 추억, 그리움에 관한 풍경화다.
(#11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