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봄여름가을겨울] 다운 ‘따스함’으로 돌아가자

그룹 ‘봄여름가을겨울’

by 마지막 네오

14. [봄여름가을겨울] 다운 ‘따스함’으로 돌아가자


다시 정신 차리고 돌아와 [봄여름가을겨울]의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봄여름가을겨울] 5집 앨범 <미스터리(Mystery)>는 1995년에 발표됐다.


[봄여름가을겨울] 5집 <Mystery> (1995/동아기획)
김종진(기타, 보컬), 전태관(드럼)
세션 : 송홍섭(베이스 기타), 한충완(키보드), 황수권(키보드), Jeff Ganz(베이스 기타), Andy Snitzer(색소폰), Joe Bonadio(퍼커션)


5집은 “We wanna go back to the past(우리는 과거로 돌아가길 원해)”라는 의미를 모르스 신호를 통해 표현하며 시작한다. 즉 처음의 [봄여름가을겨울]로의 회귀를 뜻한다.


5집 <Mystery>는 인트로를 제외하면 총 14곡이 한 앨범에 들어있다. "We wanna go back to the past"가 의미하는 대로 음악적 회귀, 즉 [봄여름가을겨울] 다운 음악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봄여름가을겨울] 다움이란 무엇일까? 김종진도 아마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졌을지 모른다. 그것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귀담아듣다 보면, 아! 하고 느낌표가 딱 그려질 것이다.


그 첫 곡으로 신중현의 곡을 리메이크한 〈미인〉을 선택했다는 점부터가 재미있다. 민주화를 위한 저항이 한창이던 시절, 젊은이들에게 저항의 상징과도 같았던 신중현의 음악에서 가장 대중적인 곡이기도 하거니와, 가사의 파격과 음악적 새로움은 그 시대에는 파격 그 이상이었다. 인트로에서 말하는 금지곡 관련 언급은 시대정신을 채우는 짧지만 굵직한 인상적인 화두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변화’와 ‘회귀’를 모두 의미하는 의도로 리메이크한 듯하다.


이어지는 타이틀 곡 Mystery(미스터리)는 <아웃사이더> 풍의 철학이 묻어나는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이 곡은 경쾌한 음악도 음악이지만 가사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미인>과 <미스터리>가 강한 메시지와 강렬한 비트를 어필했다면 <Geko Funk>는 그보다는 유하지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음악이다.


5집 앨범이 다시 예전의 [봄여름가을겨울] 다운 ‘따스함’으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은 음반이라 했다. 그럼에도 <미인>이나 <미스터리>처럼 이전의 색채와 숨겨진 메시지가 강한 곡으로 앨범 처음을 장식한 것은 변화의 자연스러움을 이끌기 위한 포석인지도 모른다.


서서히 여유롭고 익살스러운 재치가 넘쳐나는 흔적들이 보이는데, 그런 첫 곡이 바로 <Geko Funk>라 하겠다. 여전히 호소력 짙은 기타 연주와 경쾌한 드럼이 전체를 뒤흔들고 있긴 하지만, 이는 사막을 혼자 돌아다니는 게코(geko)라는 작은 도마뱀의 모습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각박한 모습을 견주어 표현한 곡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무겁거나 진중하기보다는 가볍고 익살스럽게 들린다.


[봄여름가을겨울]의 <Geko Funk>


네 번째 트랙인 <조금씩 조금씩>부터는 본격적인 앨범의 색깔을 나타내는 곡들이다. ‘[봄여름가을겨울] 다운 따스함’으로 돌아와 냉철함이나 겉멋 든 테크닉을 줄이고 퓨전 된 음악과 가사로 가득하다.


달이 휘영청 뜬 밤, 창밖에서 불어 드는 잔잔한 바람과 더불어 이해하기 어려운 낭만이 불어 든다. 가슴 뛰는 설렘이 아닌 담담함으로 무르익은 사랑이 있고, 아픈 감정으로 자리하는 외로움이나 그리움이 아닌 화폭에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는 심정의 감성이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것들에 대한 적절함이 스며들어 있는,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따스함’이라고 할까, 이런 느낌은 언어로 주고받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닌 느낌 그대로 전달되는 진솔함이랄까, 아니면 그 ‘무엇’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어지는 〈새벽 2시 5분〉(김종진 작사/한상원 작곡), <세상 사람들아>, <Dream House>(정원영 작사/작곡), <100송이 장미>, <아무도 몰래>(지예 작사/김종진 작곡), <아마도 내가 아닌>, <나만의 그대>(김종진 작사/한상원 작곡)는 모두 이런 느낌이 담긴 곡들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1집이나 2집 앨범에 함께 수록되어 있다고 해도 어색함이 없는 수준이다.


(#15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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