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봄여름가을겨울’
결성 10주년을 기념하여 1996년 8월에 발매된 6집 <Banana Shake>는 국내 최초로 CD 케이스를 깡통 형식으로 만든 독특한 앨범이다.
[봄여름가을겨울] 6집 <Banana Shake> (1996/동아기획)
김종진(기타, 보컬), 전태관(드럼)
세션 : 이태윤(베이스 기타), 강기영(베이스 기타), 최태완(키보드), 이정식(색소폰), 정효진(색소폰), 김세황(기타)
케이스만 특이한 게 아니라 1번 트랙에 자리한 <Yag(거짓말하는 아저씨의 거북이>는 성인이라면 들을 때마다 웃게 되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이어지는 첫 곡 <바나나쉐이크>의 인트로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바나나쉐이크>까지 들으면 앨범 전체가 밝고 유쾌한 농담 분위기로 이어질 것 같지만, 전혀 아니었다.
<Yag>는 ‘gay’를 거꾸로 표현한 것으로 <Yag>의 내용도 현시대의 성 관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성소수자 비하라는 말이 있었다. 이어지는 <바나나쉐이크> 역시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되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런 내용은 상당히 껄끄러운 이야기다. 김종진은 1962년생으로 2023년 현재 기준으로 보자면 ‘꼰대’에서 벗어나기 힘든 나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그에게 기존의 문화적인 영향과 철학 따위는 벗어날 수 없는 시대적인 굴레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음악도 예술이다. 예술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종교, 그밖에 정치성이나 믿음 따위가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아 스며들 수밖에 없다.
김종진의 종교는 개신교라고 한다. 종교는 개인적 자유가 있고, 세세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단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럼에도 <Yag>나 <바나나쉐이크>에 대한 구설이 사실이라면, 편안하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 같다. 또 그의 첫 부인인 박미령이 21세의 어린 나이에 김종진과 결혼하여 이혼하기까지 내용을 살펴보면서, 박미령이 신내림을 받은 이유가 이혼 사유에 속한다면 김종진의 종교를 가볍게 생각할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말은 그의 신념과 생각 등 많은 부분에 그의 종교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6집 앨범에는 <바나나쉐이크> 외에도 <이기적이야>,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엔>, <X라고 부르지 마>(이주호 작사/작곡), <비>, <1999년 7월>, <돌아보지 마>, <16살의 유서>, <한밤에 치는 기타>가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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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앨범이 나올 즈음이 [봄여름가을겨울]의 10주년이기도 했지만,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김종진 개인에게 어떤 변화가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X라고 부르지 마>를 제외한 모든 곡이 김종진이 작사/작곡했음에도 앨범 전체에 연주곡은 <한밤에 치는 기타> 단 한 곡뿐이다.
게다가 앨범 전체의 분위기는 마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암울한 분위기다.
때가 때였던 만큼 세기말의 불안함을 앨범 전체에 담아내려 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지만, 창작자로서 종교적인 믿음과 관련해 흔들렸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이었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던 이전 앨범들과는 달리 신해철, 이현도, 이주노, 이소라 등, 그 이름만으로도 가요계 대스타인 후배 가수들이 이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996년에 6집을 발표한 이후 꽤 긴 시간 동안 새 정규앨범을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듬해인 1997년에 그간 활동을 총 결산하는듯한 Best 앨범을 발표한다.
[봄여름가을겨울] <Best Of The Best> (1997/동아기획)
김종진(기타, 보컬), 전태관(드럼)
세션 : 최원혁(베이스 기타), 김광민(키보드, clavinet), 한상원(기타), 제리 무어(색소폰), 한충완(키보드), 마이클 샤피로(색소폰)
가사가 있는 노래와 연주곡만 모은 CD로 나누어 제작된 이 앨범은 일부 곡을 다시 편곡하여 새로 연주하고 녹음했다. 미국의 유명 오디오 엔지니어인 조 게스트워트(Joe Gastwirt)가 참여해 뛰어난 리마스터링을 통해 음질 또한 이전의 앨범보다 뛰어나다.
새롭게 편곡되어 다시 녹음된 곡들을 접할 수 있고, <언제나 겨울>, <그대를 생각하며>처럼 신선한 곡도 수록되어 있다.
세기말의 암울한 느낌을 풍기며 가라앉는 듯한 여운을 남겼던 6집 앨범 <바나나쉐이크>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봄여름가을겨울]은 1999년 12월 31일, 문화체육관 원형 회전무대에서 선보인 공연 실황을 담은 <봄여름가을겨울 生生 Live, Happy New millennium> 앨범을 2,000장 한정판 비매품으로 2000년 2월에 내놓았다.
한정판 비매품으로 제작된 이 앨범은 사진집을 겸한 책자 형태이므로 소장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이 공연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며 이전 세기의 마지막 날 밤부터 새로운 세기의 첫새벽으로 이어진 공연으로 나름대로 의미가 큰 앨범이다.
[봄여름가을겨울] <Happy New millennium, live> (2000/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보컬, 기타), 전태관(드럼, 퍼커션)
세션 : 최원혁(베이스 기타), 박대진(기타), 박지운(키보드), 홍의식(퍼커션), 김동하(트럼펫, Frugel Horn), 정만수(트롬본), 장효석(색소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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