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봄여름가을겨울’
이제 전태관을 추모하기 위해 김종진과 많은 후배 뮤지션이 모여 만든 앨범이 남았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part 1>과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part 2>(2020, 봄여름가을겨울 엔터테인먼트, 카카오M)가 그것인데, 이 앨범은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된 현실에서,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제작되었다.
음원과 영상은 2018년 8월 28일 CJ Azit Studio에서 [봄여름가을겨울] 30주년을 기념한 콘서트의 마지막 리허설을 촬영하여 전태관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전태관의 병세가 급격하게 나빠지는 바람에 그에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렇게 묵혀있던 작품이 언택트 시대 상황에 맞는 형식으로 발표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 앨범의 음원은 완성물로 다듬어진 느낌보다 다소 거친 현장감이 그대로 담겼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 담아낸 것은 실수라기보다는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앨범 제목으로 쓰인 문구에서 ‘한 사람’의 의미는 현장의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없는 상황에서, 팬들 각자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으로 즐길 때, ‘시청자’인 팬을 의미하기도 하고, 꼭 보여주고 싶었던 동반자이자 친구인 전태관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앨범에 들어있는 곡들은 더욱 절절한 애절함이 담겨 있다.
그들의 시작을 알린 연주곡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을 첫 곡으로, <미인>,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열일곱 스물넷>, <한잔의 추억>, <사랑해>, <전화>,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가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part 1>에 수록되어 있다.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로 시작되어 <미인>으로 이어지는 부분과 마지막 곡인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는 보너스 영상으로 들어있다.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part 1>은 2020년 6월 13일 오후에 공개되었다. 보컬과 기타, 우쿨렐레를 맡은 김종진과 베이스 기타에 최원혁, 색소폰에 김용수, 키보드와 오르간에 성기문, 드럼에 유수희, 기타에 김정우, 보컬에 박호정, 키보드와 신시사이저에 박지은이 참여했다.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part 2>는 2020년 6월 30일에 공개되었다. 어린 시절에 레코드 가게 앞에서 나의 발길을 붙들고, 나를 [봄여름가을겨울]의 세계로 끌어들인 연주곡 <못다한 내 마음을>로 시작해서, <아웃사이더>, <어떤이의 꿈>, <봄여름가을겨울>,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내가 걷는 길>, <영원에 대하여>, <외로운 사람들>이 수록되어 있다.
국내에서 개인이 아닌 밴드나 그룹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중에 30년에 거쳐서 꾸준히 음악을 발표하고, 해마다 콘서트를 열고, 항상 새로움에 도전하면서도 세속적인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더 좋은 음악적인 창작과 노력을 기울이는 뮤지션이 얼마나 될까?
이제 너무 고령이신 신중현 님을 제외하고, 최고의 연주자지만 거의 활동하지 않는 김수철(작은거인), 김도균(백두산), 신대철(시나위), [들국화]의 전인권과 최성원, [송골매]의 배철수, [부활]의 김태원,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등 쟁쟁한 이름도 이젠 접어야 한다면…
대중에게 자신만의 음악적인 스타일로 각인된, 그러면서 현재에 실존하고 살아있는 진정한 음악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태관의 죽음은 더욱 안타깝다. 김종진이 홀로 남아 하얗게 변한 머리를 휘날리며 후배들 틈에서 눈을 감고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전자들이 ‘전설’로 물러가는 것을 보는 것 같아 슬프기까지 하다. 말이 좋아 ‘전설’이지, 전설은 결국 현실에는 없는 옛이야기 같은 것이니까.
물론 K-POP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우리 음악의 위상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이유는, 앞에 K가 붙긴 했지만 ‘우리 다운’ 또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고, 어리고 잘생긴 미소년과 미소녀들의 헐벗은 군무와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은 홍보에 따른 상업적인 상품으로써의 자리매김 이외에 뿌듯함은 크지 않다.
그런 이유로 ‘청자’로서, 팬으로서의 ‘한 사람’은 이제 떠나간 이들이 그립다. ‘김현식’이 그립고, ‘유재하’가 그립다. 또 ‘전태관’이 몹시 그립다. 그들의 자유롭고 도전적인 창의가 더해져 울려 퍼졌던 음악으로나마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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