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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May 06. 2023

길복순(2023) #11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 본의가 아니게 스포일러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이제 마지막으로 폭력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영화 <길복순>에서 폭력의 근원을 설명하는 장면은 열일곱 살의 복순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사실은 복순이 아버지를 살해하려던 게 아니라 청부받은 차민규가 그녀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려던 참이었다. 아직 학교에 있어야 할 복순이 일찍 집으로 돌아오면서 차민규와 맞닥뜨린다. 민규는 목격자가 된 복순에게 자신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규칙이 있어서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때 아버지를 받치고 있던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복순. 그리고 복순은 밝게, 너무나 해맑게 웃는다.


©NETFLIX


앞서 <길복순 #2>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길복순의 아버지는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위선과 이중성 그리고 폭력이 ‘킬러 길복순’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폭력의 근원은 곧 폭력이다. 폭력의 내면에는 거짓, 위선, 이중성, 속임수 같은 단어로 가득하다. 폭력의 형태는 신체적으로 치고받는 싸움부터 정신적 고통을 주는 언어적·정신적 폭력, 국가가 권력과 공권력을 앞세워 일반 국민을 폭압하는 국가폭력, 국가 간 전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그 내면은 모두 유사하다.


폭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폭력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치 유전적으로 대물림되는 것처럼. 폭력이 만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대부분 성인이 된 후에 똑같은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는 자기가 경험한 폭력을 세상 무엇보다 혐오하면서도 자기의 행동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들은 자기 행동에 잘못이 없다고 굳고 믿고 있기에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폭력과 살인은 분명히 다르게 구별해야 할 사항이다.

가학적이고 위선적인 아버지라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일상의 범위를 벗어나 있는 사이코패스일 확률이 높다. 폭력은 비인간적인 행위이지만, 살인은 비인간적 행위를 넘어서 있는 극악한 행위다. 또한 폭력은 반성과 회개할 기회라도 남지만, 살인은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실제로 싸움이나 폭력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희열’ 또는 ‘만족감’을 맛보았다고 말한다. 과도한 아드레날린의 분출을 그렇게 느낀 것이다. 술 마시고 알딸딸해졌을 때 큰 소리로 노래만 불러도 비슷한 정신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의사나 과학자들은 이성에 억눌려 있던 무의식의 해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더 구체적인 정신의학적 분석은 생략하기로 하고,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사회적인 부분이다.


폭력을 능력처럼 사용하는 조직폭력배들의 규모가 커져서 자본으로 회사를 차린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체로서 군림한다. 만인 살인, 강도, 절도, 마약사범 등도 모여서 조직을 결성하고, 규모가 커져서 같은 절차를 거쳐 하나의 기업체가 된다면, 그들도 무시할 수 없는 자본을 갖춘 사회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될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약간 틀어서 생각해 보면 이런 추론도 가능해진다.


형사와 범죄자의 차이는 천재와 바보의 차이와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법을 어기는 범법자와 법을 집행하는 집행자의 차이도 그렇다. 육체적인 힘이든, 법이든, 전문적인 지식이든 모든 것은 결국 권력과 힘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힘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떤 이유에서, 왜 행하느냐가 중요하다.


사회적 인정 또는 권위를 갖춘 경찰이나 검찰, 군인, 언론, 기업, 고위공무원, 대통령 등 누구를 막론하고 주어진 힘을 남용하면 그것은 폭력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조폭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다면 오히려 조폭보다 더 무서운 거대하고 강력한 폭력이라는 점이다. 자본과 권력을 등에 엎고 사회적 여론을 조작하면서 점점 덩치를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1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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