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너, 운명을 믿는가?
운명적인 그리고
숙명적인 만남이라면
처음 너를 보았을 때
왠지 좋았던 것은 거짓이 아니라는 말이다.
듣고 싶었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느끼면서 살아있으면 된다는
그렇게 옆에 있으면 된다는
그 말에 내심 아쉬웠다
네 전부가 될 수 없는 것을
깨닫는 것은 또 다른 색의 아픔
그러나
아주 먼 훗날
네 말대로 우리 웃으면서 보자꾸나
편리한 마음만이 넘치는 세상에서
가린 것 하나 없는 웃음으로
지금처럼 오래도록...
어쩌면 사랑이란 건
네가 말해준 것처럼
그렇게 묵묵히 오랫동안 지켜보는 것일 게다.
사랑한단 말 않고
너처럼 혼자서 가슴에 담은 채
예쁘게 지켜내는 것일 게다.
'사랑'이라고 두 글자 써 놓고
네 얼굴 떠 올리며 웃고 만다.
니 웃음이 그랬듯이
오래전부터 나를 사모하였다던 너를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곁에 있다고 말하며,
혼자가 되었을 때
떠 올리며 그저 미소 짓고 싶다.
또 다른 아픔이 된다고 해도
그것이 운명이라면
그 웃음은 아름다운 것일 테니.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