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集 사랑하는 이에게…
무엇이 되건 거짓 없는 세상
그것을 꿈꿔 오기를 긴 세월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네
오랫동안 홀로 걸어가는 길
그 길을 벗어나려 했던 노력
그러나 벗어났다고 믿을 때마다
늘 거기에 있었네
사랑 또한 그러한 것인가!
이를 수 없는 꿈과 같고
정해진 길과 같은가?
슬픔에 찬 가슴으로 잠들기에는
마음에 있는 사랑 너무 애절한데
늘 거기쯤에서 부르는
이름이 되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
그대 보이면 생겨나는 미소는
취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름과 같은 것이라
허무가 하늘만큼 커진 것을 깨달았을 때는
사랑이란 이름으로 돌이켜 눈물이 되는구나
파렴치하고 더러운 목적의식으로
그대를 만났다면,
너저분하고 맹목적인 슬픔으로
그대를 그렸다면,
그 많은 밤들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에 잠긴 채
돌이 되어 버렸을 것을 왜 모르시는가?
나는 하나뿐인 인생을 노 저어 가는
외로운 사공이어라
찌든 얼굴로 날씨를 걱정하며
그대를 살피는 것이 유일한 행복인 것이요
나는 깊은 골짜기 양 떼를 지키는
혼자 지내는 양치기여라
별자리 전설로 마음을 달래지만
밤이 부는 바람은
여러 날이 지나도록 똑같아라.
전설은 전설,
별자리는 별자리...
입술이 아름답다고
패설(悖說)이 옥화(玉花)될까
미인(美人)인들 마음이 천사(天使)일까
눈빛이 예쁘다고 황금이 별이 될까
현실은
낭만에 맡기는 가슴을
고철 쇠뭉치로 치부하고
우리 눈물은 거기에서 생겨 나와
시뻘건 피처럼 번지며 흘러가네
무엇이 되건 거짓이 없는 세상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거부하고 있는 것임을
모두가 모르고 있어
어휘 좋은 '사랑'이란 말로
자신을 속이고 있어
가슴에서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말 없는 순수를 외면한 채
네온 흔들리는 거리를 향해서만
창을 활짝 여네
허무가 하늘이 되었을 때
눈물은 돌이켜 사랑이라 하고
목적의식과 맹목적인 슬픔으로
가득한 것들은 무조건 남의 탓
그대 탓으로 돌려
형장에 이슬로 헤어졌네
사랑하는 이여, 들어주오
내 가슴에 귀를 대고 가만히 들어주오
정말로 살아있는 것은
그 움직임만이 아니라는 것을
제발 들어주오...
무려 35년 전에 썼던 글들을 찾았다. 바닷속에서 보물을 찾아낸 것만 같다.
이 시는 1987년 11월 4일부터 노트에 적어놓은 글 중에 한 편이다.
날짜 표기가 있는 것은 옮겨 적으나 날짜 표기가 없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린 소년 시절의 습작이라 부족하고 엉망이지만 가능한 있는 그대로 올린다.
그 시절 순수했던 ‘소년의 나’를 그리워하며, 온통 사랑으로 분칠 해놓은 부끄러움을 꺼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