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강과 호수와 바다 그리고 지하수를 만들어 우리 옆으로 다가오곤 한다. 아니 우리가 그것을 매우 필요로 하여 직접 찾아간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4월 초의 완연한 봄날, 올슈틴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갑작스레 떠나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물이 있는 호수들이 곳곳에 모여 있는 도시였다.
이곳 호수는 어찌나 잔잔하던지 하늘에 있는 얇은 구름과 건너편에 있는 조그마한 산이 호수에 비추어 얼굴을 90도 돌려보면 정확하게 대칭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호수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자그마치 24km 정도 되었고, 그래도 2~3시간 남짓 걸렸다.
자전거를 타며 이곳 오슈틴이라는 마을과 사람들을 본 느낌은 나와 함께 갔었던 와이프가 말한 그대로 이곳에서 사는 폴란드 사람들의 집은 정말로 가족과 어린이, 후대를 위한 집인 것 같다고, 정말로 가정을 위해 존재하는 집 같았다.
우리나라는 점점 집은 잠자는 곳으로 전락하고 가정을 이루는 모태로서 그 기능을 점점 상실에 가는듯해 보인데, 여기는 오히려 가족을 위해 집이 존재하고 있고, 가족을 위하여 집이 만들어져 있었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닌 사람이 다른 구성원과 생활하고 그 구성원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어져 있으며, 다른 가축과 지나가는 동물들, 가령 그 집 위를 날아가는 새들에게도 배려하는 장소를 생각하며 집과 울타리가 함께 놓아져 있었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모든 집에는 아이들을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항상 설치가 되어 있었고, 안전하게 만들어 다칠 우려가 별로 없어 보였다.
올슈틴 올드 타운에는 Jakub Patro라고 불리는 순례자가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 올슈틴에서 머물 때 보여주었던 기적들을 기억하기 위한 동상이 올슈틴의 상징물처럼 올드타운 중앙에서 물끄러며 지나가는 다른 여행자들을 바라본다. 우리에게도 그의 앞을 지나갈 때 기적의 기운이 괜스레 느껴진다.
밤하늘은 참으로 깨끗하고 청명하다. 어느 Local 신문에서 보았던 것 같은데, 폴란드 내에서 올슈틴은 삶의 질이 가장 좋은 1위라고 한다. 삶의 질이 높은 만큼이나 밤하늘의 별들과 은하수는 짙고 밝게 깔려 우리 눈을 비춰준다.
문득 칸트의 묘비명에 적힌 문구가 생각난다.
“머리 위에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 법칙”
그가 말한 것처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별과 우리 마음은 경이로움에 휩싸여 내가 감히 도덕이라는 법칙을 운운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례하고 오만해 보인다. 나는 있는 그대로 별과 마음이 따라가는 대로 지금은 가만히 있으련다.
올슈틴의 아침이 밝아 호수를 보니 두 마리의 백조가 서로 꽁무니를 뒤쫓으며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연예를 하고 있는 듯하다.
백조가 자유롭게 유영을 하며 다가오다가 뭍에서 가까워지면 출렁이는 물보라와 물살 때문에 정신없이 몸을 가누느라 백조의 우아함이 잠시 사라지고 험난한 자연 속의 끈질긴 생명체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의 관계도 그러하다. 단기적인 짧은 만남에서 우정과 사랑이 싹트고, 진한 여운의 그 사람과의 대화가 오랫동안 남는 사람이 있다. 멀리서 보는 백조가 우아한 것처럼 적당한 관계로 서로가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에 대해 더 아름답게 생각할 수 있는 기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중장기적인 만남에서는 차라리 짧은 만남이었다면 오랫동안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내며 또 다른 면의 그 사람의 면모를 볼 때 아쉬움과 불편함이 올 수 있는 관계, 너무 밀접해 버려 꿈속으로만 간직할 수 있었던 그 사람의 이미지를 직접 부딪히며 발생하는 마찰음으로 바로 삶의 모든 부분에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게야. 백조를 아름답게 보는 그 거리, 황금의 거리. 사람들과 살면서도 그 거리를 유지함에 있어서 현명함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회사에서는 더욱더 필요하지 않을까…..
올슈틴의 백조와 함께 자연과 사람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