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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후은성 Nov 26. 2020

네가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그래서 가끔은 너에게 거리를 두기도 해

돌고 돌아 만난 네가 나는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때때로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느리게 걸으며 가끔은 너에게 거리감을 두기도 해. 내 마음이 너의 마음의 온도에 비해 너무 뜨거워서 너의 마음이 까맣게 타버릴 수도 있잖아. 그게 겁이 나서. 근데,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다 헤아리는 듯한 너의 다정한 말들이 내 마음을 쾅쾅 때릴 때가 있어.


우리가 하는 통화에서 너는 물었어.


"뭐 하다 잘 거야?"


그래서 나는 머리카락을 말리고, 일기를 쓰고 잘 거라고 답했지. 그러자 너는,


"일기를 쓴다고?"


라며 놀랐어. 그러면서 물었지. 너에 대한 이야기도 있냐고.

사실 내 다이어리에는 너에 대한 내 마음이 매일 짤막하게 적혀내려가고 있지만 나는 적당히 그 사실을 감췄어. 그저 너와 뭘 하며 놀았다, 즐거웠다. 정도로만 적어둔다고 대답했지. 그러자 너는,


"나와 함께 한 시간이 늘 행복하고 즐거웠다,라고 적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할게."


라고 말했어. 그 말이 너무 따뜻해서 순간 눈물이 날 뻔했어.

오글거리는 말을 싫어한다는 네가, 마음을 말이나 텍스트로 표현하는 것에 인색한 네가, 때때로 나를 이해하기 위해 혹은 너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때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네가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알게 돼. 그러면서 파도처럼 일렁이며 불안정하던 내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안정감을 찾으며 온도 차이가 다소 나는 내 마음도 네 마음도 종국엔 같은 감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구나, 느껴.


언젠가 내가 너에게 말한 적이 있었을 거야.


"서로 너무 다른 우리라서, 가끔은 불안해질 때가 있어."


말이나 텍스트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말과 텍스트보다는 다정한 시선으로 표현하는 너.

나와는 달리 드러나지 않는 형태로 감정을 표현하는 너라서 때때로 날 좋아하긴 하는지, 혼자 불안해할 때면 너는 늘 이런 식으로 나의 불안을 종식시켜.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가? 체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마음에 자꾸 허기가 져. 그래서, 내 소유욕과 집착이 평소와 달리 커지는 것 같은데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소유욕과 집착의 정도는 어느 정도야? 내가 너의 기준에 맞춰볼게."

"응? 여자 친구가 나를 소유하고 싶어 하고 집착하고 싶어 하는 건 좋은 거 아닌가? 나에게 맞추지 말고, 내가 너를 받아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실컷 해봐."


서로 너무 다른 우리라서 너의 대답이 내가 예상한 것이 아니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며 말을 뱉는 나에게 이렇게 너는 내가 안심할만한 대답을 줘. 그리고 이러한 너의 대답들은 내가 흔들림 없이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양분이 되지. 그리고 이 양분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는 네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는 지경까지 와버렸어. 나이도 꽤나 먹었고, 연애도 할 만큼 해본 내가 마치 첫사랑을 하는 소녀처럼 너에 대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어. 네 이름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숨기지 못할 정도로.


다정하고 따뜻한 너를 나는 평생 동안 소유하고 싶어. 그러니 너의 따뜻한 마음이 나의 마음에 타버려 죽어버리지 않도록 나는 최선을 다 할 거야. 그 최선 안에서 너는 불안함도 위태로움도 권태로움도 느끼지 않은 채로 온전한 사랑을 느끼며 행복해할 수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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