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후은성 Oct 11. 2020

돌아 돌아 겨우 만나게 된 너를

나는, '좋아하고' 있어.


산문집을 내고 싶다는 내 말에 친구가 요즘엔 산문집은 이렇게도 내더라, 참고해봐. 라며 네 권의 산문집을 선물해주었다. 두 권은 다소 무게가 있는 편이어서, 작고 아담한 크기의 두 권을 그와 데이트할 때 챙겼다. 한 권은 제목조차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다른 한 권은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꽃 같거나 좆같거나’


그와 데이트할 때 매번 가는, 뷰가 환상적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 각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책은 위트가 넘쳤던 것으로 기억하나 마음에 와 닿지 않았고, 제목이 다소 과격해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던 ‘꽃 같거나 좆같거나’가, 오히려 내 마음을 쾅쾅 때렸다.


내 마음을 흔들었던 글은 정말 많았지만, 그중 내 마음에 쿵 하고 떨어졌던 한 구절.


‘내가 먼저 널 좋아하게 됐지만, 네가 먼저 날 사랑하게 됐으면.’


그 구절을 보며 그가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러며 내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그를 바라봤다.

아마 너는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상상조차 못 할 거야. 성격이 나와 정 반대의 너를 내가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이야. 


너를 다시 만나면서 나는 다짐했다.

너를 내 식대로 휘두르지 않으리라, 솔직한 나를 보여주리라, 그리고 설령 네가 나를 기만한다고 할 지라도 웃으면서 이해하리라. 사실, 나를 기만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를 내가 이길 순 없는 노릇이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나를 천천히 이해하겠다는 너를, 내 세계를 지금 당장 알긴 어렵지만 천천히 스며들어보겠다며 눈을 반짝이는 너를 좋아하지 않기란 나에게 있어 무리였다. 내 옆에서 차분히 책을 읽는 너를 똑바로 바라보며 너를 좋아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너를 참으로 좋아하고 있어. 그렇지만 너의 나를 향한 감정의 속도가 얼마만큼인지 모르는 너를 위해 나는 나의 감정을 가끔은 적당히 포기한 채로 ‘보고 싶어.’라는 말로 대처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일주일에 한 번씩만 너와의 통화에,


“보고 싶어.”


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라고 말해주기를. 그럼 나는 더 안심하고 너를 좋아할지도 모르는데.


어쩔 수 없이 나도 내 마음 보호가 먼저다.

그러니, 이번엔 네가 먼저 다가와줘. 그리해준다면 가장 빛나는 사랑을 너에게 줄 테니, 그리하여 우리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너는 변치 않고 나를 향해 반짝이는 눈빛으로 사랑한다, 고 말해주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