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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어허라 사랑

모심냥('마음대로" 제주방언) 프로젝트 No. 1

by 꼬솜

모심냥 (제주 방언'마음대로') 프로젝트 1.

노래선정도, 느낌도 모두 모심냥!

(그냥 다 내 맘대로 하기/모 심는 거 아님!)


사: 양인자/ 작곡: 김희갑/ 노래: 주현미

백일 쓰기 진행 중인데, 주제를 잡아 쓰고 싶다니까, 가사를 보고 느낀 점을 쓰는 건 어떻겠냐는 조언을 받았다. 그러면서 양인자 씨가 가사를 썼고 주현미 씨가 부른 <어허라 사랑>이란 노래를 잘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했다. "양인자" 낯설기만 한 이름과 엄마가 너무나 사랑했던 가수 주현미. 그 조합이 궁금했다.


<비 내리는 영동교>와 <짝사랑> 늘 흥얼거리며 식당을 꾸렸던 엄마.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나는 귀에 딱지 앉을 만큼 래를 듣고 자랐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게 잊혔던 사람 주현미. 구글에서 <어허라 사랑> 가사를 서칭했다. 대체 어떤 노래인데 추천까지 하나 싶어.


어라 어허라 사랑이 오네

나를 나를 울리려고 사랑이 오네

허락도 없이 떠날사랑 하나가

웃으면서 오고 있네

달콤하고 변하기 쉬운 입술

불 내놓고 물 뿌려본들

이건 아니야 고개를 돌리려다

그리움만 보고 말았네

어라 어허라 눈물이 된 사랑

노가리 너 대축은 죽어 나겠네


어라 어허라 사랑이 가네

나를 나를 울려놓고 사랑이 가네

만리장성을 쌓던 사랑 하나 가

혼자 바쁜 척하고 있네

사랑해서 떠난다는 사람아

엎어치나 메어치나

이건 아니야 고개를 돌리려다

그리움만 보고 말았네

어라 어허라 눈물이 된 사랑

노가리 너 대축은 죽어나겠네


얄팍한 사랑 타령이 아니었다.

얄팍함으로 위장한 삶의 무게 묵직함을 담고 있었다. 첫 단어부터 심상치 않다. "어라"

사랑이 오기도 전에 어찌 울릴 걸 알겠는가.

떠날 사랑이 웃으며 오고 있다 어찌 말하겠는가.


인생풍파 맞을 대로 맞아 해탈 사람

인생의 쓸쓸함과 아픔, 삶의 본질을 파고들었다.

이미 결과가 어떨지 알지만 그저 받아들이는 삶


이걸 어렵지 않게, 쉬운 말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입술에 불 내고 물 뿌려본들"

어쩜 이리 쉬운 말로 맛깔나게 쓰지?


가사를 읽는 내내 양인자 씨의 내공의 깊이와 위트에 감탄했다. 너무나 괴로워 술로 밤을 지새울거다, 혹은 할 말이 너무 많아 밤을 새워도 다 할 수 없다. 뭐 이런 복잡한 심정을 "노가리 너 대축은 죽어나겠네" 한방으로 끝내버렸다.


도대체 "양인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양인자 씨는 1945년 함경도에서 태어났고 소설가, 극작가, 작사가, 각본가로 활동 중이다. 남편 김희갑 씨를 만나 <킬리만자로의 표범>, <타타타>, < 그 겨울의 찻집> 외 삼백여편을 작사했다고 한다. 대표작은 다음과 같다.


조용필/ 서울서울서울,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큐

임주리/ 립스틱 짙게 바르고

문주란/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

박혜령/ 소녀의 꿈

김국환/ 타타타

이선희/ 알고 싶어요

혜은이/ 열정

남진/ 나야 나

(출처: 나무위키 /namu.wiki)


어마어마한 노래의 작사가가 이분이었다니...

게다가 뮤지컬 명성황후가 양인자 씨 부부의 작품인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나의 무지를 또 각성하게 만든 그 이름. 양. 인. 자. (설마, 이분을 저만 모르는 건가요?)




백일 쓰기/ 열다섯째 날(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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